수행자인 제가 항상 옷깃을 여미며 귀하게 읽는 선시(禪詩)가 있습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뜻을 풀자면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소.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뒤따르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입니다.

무한한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일등을 바라고 성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성공하고 일등이 되어도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성공을 꿈꾸면서도 그 과정에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곧잘 잊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조건이 있는 일은 누구나 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조건이 없는 일은 잘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릴적 부터 모든 일을 자발적으로 하기보다는 지나치게 강요와 회유라는 양단의 조건에 의해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부할 때나, 심부름 등 무엇인가를 할 때 우리는 반드시 어떠한 조건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예컨대 “성적이 올라가면 무엇해주겠다” 아니면 “성적이 떨어지면 회초리 맞는다”, “심부름 잘하면 얼마를 주겠다” 등등 매사에 우리는 채찍과 회유라는 조건에 너무나도 길들여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성인으로서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자신의 생활습관과 임무를 수행 하는 데에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합니까? 눈치 봐서 합니까? 시켜야만 합니까? 시켜서도 못하고 통제를 받아야만 합니까?

직접 보진 못했지만, TV를 보다보면 세상에는 갖가지 유형의 경주가 있습니다. 말이 달리는 경주, 개들이 달리는 경주, 사람이 달리는 경주 등이 있었습니다.

사람이야 스스로 달리니까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나 개는 스스로 이성적으로 달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덩치 큰 말에는 직접 사람이 올라타서 채찍을 통해 달리게 만들고, 사람이 올라 탈 수 없는 개들의 경주에는 그 앞에 개들이 좋아하는 뼈다귀를 통해 유인함으로써 개들을 달리게 만들지요.

다시 말해 채찍 아니면 먹을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만일 스스로 달리지 못하고 뒤에서 채찍으로 때려야 한다거나, 그 앞에 먹을 것으로 유인해아만 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생각 할까요?

자신을 누군가 보면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누구나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행해졌던 아무런 조건이 없는 실천적 행동에서 그 가치가 빛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은연중에 자신에 몸에 익은 습관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될 것 입니다.

어떠한 조건에 의해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조건이 없는데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많은 사람 속에서 홀로 빛나 보일 것이며, 그 자신도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먼저 보는 능력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각료 한 사람이 사사건건 링컨의 의견에 딴지를 걸고 추진하려는 일마다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일이 한동안 계속되자, 한 친구가 오더니 “왜 그 사람을 해임하지 않느냐”고 링컨에게 물었습니다, 링컨은 그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링컨이 어느 한가한 날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한 농부가 말을 몰아 쟁기로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링컨은 농부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그 때 말 엉덩이에 파리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말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링컨이 파리를 털어버리려고 손을 든 순간 농부가 말했습니다. “그만 두세요. 그 파리 때문에 이 늙은 말이 그나마 움직이고 있답니다.”

평범한 갑남을녀의 삶이라도 산다는 것은 곧 나만의 발걸음으로 족적을 남기는 것 입니다. 그러나 때론 우리들은 지나친 욕망이나 욕심 때문에 잘못된 판단으로 허물이라는 발자취를 남길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