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응답하라 2016
2016년 02월 12일(금) 00:00 가가
지난 몇달 동안 ‘응답하라 1988’을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제가 속칭 ‘응팔 세대’여서 그런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들을 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김필과 김창완이 부르는 ‘청춘’이 흘러나오면 제 지난 청춘을 애처로워 하는 것 같아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아픈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 같아 뭉클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금도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 나오는 노래들을 자주 듣곤 합니다. 응팔의 인기는 여러 숫자로도 알 수 있습니다.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 19.6%, 40대 여성 시청률 27.8%, 10대 여성 시청률 25.5% , tv 광고매출 171억원, vod 총매출 50억원, 혜리(덕선) 광고수익 60억, 음원차트 톱20 중 응팔ost 7곡. 어떻게 이런 경이로운 흥행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첫 회가 기억나십니까? 덕선이 집에서 김치를 담가 정환이네 집에 보내면 빈 그릇에 음식을 채워 다시 보내고, 다시 선우 집에, 동룡이 집에, 택이 집에 음식이 오고가는 정겨운 쌍문동 골목을….
그보다 더 우리를 애잔하고 눈물 흘리게 한 것은 이웃의 아픔을 모른척하지 않는 쌍문동 골목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길동이 아저씨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도, 선우네가 집을 잃어버릴 뻔 했을 때도, 정봉이가 수술하는 날에도, 일화가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해할 때도, 택이가 탄 비행기가 사고가 났다는 오보에도 골목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인 것처럼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했습니다. 매일 모여 심심풀이 고스톱을 치고, 같이 비빔국수를 해먹으며 수다를 떨고, 택이 방에 모여 같이 라면을 먹거나 포장마차에서 한잔 할 때도 그들은 남의 고통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자기 일처럼 걱정했습니다.
드라마의 큰 울림은 ‘옛날에는 그랬지’라는 추억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를 바라보게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교회는 사순시기에 들어갔습니다. 사순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참회와 회개의 시간을 갖는 40일을 의미합니다.
“사순 시기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무엇보다 세례의 회상과 세례의 준비를 통해서, 또한 다른 편으로는 보속을 통해서 신자들로 하여금 여느 때보다 더 큰 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게 한다. 따라서 전례에 있어서나 전례 교육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성격을 더욱 현저하게 드러내야 한다.”(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에 관한 헌장 109항)
다시 말하면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함으로써 세례를 회상하고 기도와 실천으로 부활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사순은 남의 고통을 모른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바라보고 참여하고 같이 공감하는 시기입니다.
최정명, 한규협 이 두 분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외치며 250일 가까이 서울 인권위원회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생존권인 ‘쌀값 보장, 농산물 제값받기’를 주장하던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아홉 명은 아직도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콜트콜택 해고자, 밀양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쌍용차 해고자 등등 주위에 아파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들은 응팔을 보면서 이웃 간에 정이 오가던 그 시절만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들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파하는 이웃이 더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고, 내 주변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모른 척 공감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 일은 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다리를 다친 덕선이, 신발끈을 묶지 못하는 택이, 함께 놀아줄 누군가가 필요한 진주, 고백하지 못하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정환이가 있습니다. 사순 시기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시기라면 더불어 이웃의 고통에도 응답해야 합니다.
아기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반사행동을 합니다. 그 중 하나인 모로반사는 신생아가 놀랐을 때 근육을 수축하고, 등을 벌려 마치 무엇을 포옹할 것 같은 모양으로 손바닥과 손가락을 펴면서 양팔을 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힘든 순간이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양팔을 벌려 안아 토닥토닥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힘들 때 기댈 어깨가 필요하고, 지칠 때 의지가 될 따뜻한 손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과거의 사람 냄새나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보다 주변의 고통에 응답하기를 요구합니다. 우리의 응답이 몇십년 후 응답하라 2016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첫 회가 기억나십니까? 덕선이 집에서 김치를 담가 정환이네 집에 보내면 빈 그릇에 음식을 채워 다시 보내고, 다시 선우 집에, 동룡이 집에, 택이 집에 음식이 오고가는 정겨운 쌍문동 골목을….
그보다 더 우리를 애잔하고 눈물 흘리게 한 것은 이웃의 아픔을 모른척하지 않는 쌍문동 골목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길동이 아저씨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도, 선우네가 집을 잃어버릴 뻔 했을 때도, 정봉이가 수술하는 날에도, 일화가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해할 때도, 택이가 탄 비행기가 사고가 났다는 오보에도 골목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인 것처럼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했습니다. 매일 모여 심심풀이 고스톱을 치고, 같이 비빔국수를 해먹으며 수다를 떨고, 택이 방에 모여 같이 라면을 먹거나 포장마차에서 한잔 할 때도 그들은 남의 고통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자기 일처럼 걱정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함으로써 세례를 회상하고 기도와 실천으로 부활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사순은 남의 고통을 모른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바라보고 참여하고 같이 공감하는 시기입니다.
최정명, 한규협 이 두 분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외치며 250일 가까이 서울 인권위원회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생존권인 ‘쌀값 보장, 농산물 제값받기’를 주장하던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아홉 명은 아직도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콜트콜택 해고자, 밀양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쌍용차 해고자 등등 주위에 아파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들은 응팔을 보면서 이웃 간에 정이 오가던 그 시절만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들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파하는 이웃이 더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고, 내 주변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모른 척 공감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 일은 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다리를 다친 덕선이, 신발끈을 묶지 못하는 택이, 함께 놀아줄 누군가가 필요한 진주, 고백하지 못하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정환이가 있습니다. 사순 시기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시기라면 더불어 이웃의 고통에도 응답해야 합니다.
아기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반사행동을 합니다. 그 중 하나인 모로반사는 신생아가 놀랐을 때 근육을 수축하고, 등을 벌려 마치 무엇을 포옹할 것 같은 모양으로 손바닥과 손가락을 펴면서 양팔을 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힘든 순간이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양팔을 벌려 안아 토닥토닥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힘들 때 기댈 어깨가 필요하고, 지칠 때 의지가 될 따뜻한 손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과거의 사람 냄새나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보다 주변의 고통에 응답하기를 요구합니다. 우리의 응답이 몇십년 후 응답하라 2016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