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에서는 2월4일 입춘을 새해로 본다. 태양력을 이용하는 24절기의 2월은 입춘과 우수가 자리하고 있다. 우수, 경칩에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한다. 그래서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수 뒤에 있는 얼음은 자동적으로 슬슬 녹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우수를 앞두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왔다.

요즘 남북 관계를 보면 꽃샘추위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겨울을 맞이하는 듯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에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북한은 이에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남한 기업 직원들을 강제 추방했고 기업들의 자산 동결을 선언했다. 남한정부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70%가 당서기실과 당 39호실로 들어가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에 사용한다고 발표를 했고 국회에서는 이러한 발표가 확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통일부 장관의 번복 논란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개성공단의 한 관리자 말에 의하면 북한 노동자 1인당 급여 15만원 중에서 30%만 떼고 10만5000원이 4인 가족들의 생활비로 쓰이고 있는데 어떻게 이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치적 상황으로 개성공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개성공단 운영 협약을 어기면서 북한 노동자 5만4000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꼴이 됐다. 아울러 입주기업 124개와 협력업체 5000여 곳에 종사하는 남한 근로자 12만명의 실직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거대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기에 인색하다.

마치 구한말 상황을 보는 듯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열강들의 세력다툼에 결국 주권을 잃어버렸다. 망국의 한을 품은 백성이 돼 45년간 떠돌다가 해방을 맞이했으나 또다시 열강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구도 속에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됐다.

박근혜 정부들어 남북관계는 가장 후퇴했고 자청해서 한반도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몰아넣는 중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시험에 정부는 미국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하던 고고도 마사일 방어체계(사스)를 주한미군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사스 배치는 중국을 적으로 돌려 북한·중국·러시아 대 한국·미국·일본이 대치하는 상황으로 만들어 동북아의 정세를 냉전 시대로 회귀시키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동북아 평화협력론은 그야말로 말 뿐이었고 실천은 물 건너가는 형국이다. 김정은이 바라는 일을 박근혜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낙관할 수 없다. 2014년에 613만명의 요우커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2018년에는 1000만명이 한국 관광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한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북한 보다는 한국을 좋아한다. 중국은 이제 강대국이다. 이러한 중국과 적대관계가 되지 않도록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들은 그동안 북한을 정치적으로는 흡수해야할 체제로, 경제적으로는 도와주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한다. 다 같은 한 민족 한 동포로서 함께 살아야 할 주체로 북한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개성공단 운영중단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현 정부의 변명은 대화로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려하는 박근혜식 불통으로 통일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원불교를 창건하신 소태산 대종사는 원불교 교전 ‘요훈품 ’ 11장에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두 가지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니, 하나는 제 마음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제 마음대로 쓰려는 사람이요, 둘은 제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까지 간섭하다가 시비 가운데 들어서 고통 받는 사람이니라”고 하셨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 남북 간 대립이 상생과 평화의 기운으로 바꿔질 수 있도록 위정자들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통일된 조국의 산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