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지역 환자들이 서울, 경기 등의 수도권지역으로 원정진료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돼 버린 지 오래다. 이로 인한 지역의 경제적 손실 또한 상당하리라 추정된다.

지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 한해 동안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간 광주·전남 지역민은 무려 34만명에 달했고, 진료비만도 무려 39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환자가 수도권 원정 진료를 갈 경우, 진료·치료비 등 병원비는 기본이고 시간적인 손실 비용과 교통비 등 부대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으로 가는 환자는 상당수가 상태가 중하거나 중장기 입원 또는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로, 간병할 보호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은 병원비 못지 않게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수도권 진료시 보호자가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척추질환자를 주로 보던 신경외과 의사인 탓에 원정 환자의 어려움을 다른 분야 의사보다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어차피 서울에서든, 고향에서든 척추질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이라면 지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국 최근에 수도권에서 광주로 내려와 상무지구에 새롭게 병원을 개원했다.

전남의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상경해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수도권의 척추관절 전문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열심히 한 탓인지, 적성에 맞았던 탓인지 의사들에게 시술법을 잘 가르친다는 평가를 자주 들었다.

2015년에는 2차례에 걸쳐 태국 마히돌 국립대병원 정형외과의 초청을 받아, 8개국 50명 의사 앞에서 태국 환자 8명을 직접 집도하면서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를 교육했다. 태국 마히돌 국립의대는 1888년에 설립된 대학으로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태국의 서울대 의대인 셈이다.

또한 외국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병원들의 초청을 받아 비수술인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수술을 교육해 왔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 의사들이 직접 국내로 들어와 수술을 교육받기도 했다. 일반 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또한 직접 수술을 참관해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수도권 시장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에 의아해 하며 묻는 분들이 많았다.

너무나 많은 이 지역 환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타지역으로 올라와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라고 답했다. 의사로서 경영상 위험을 안을 수도 있으나 고향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환자들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여력만 있으면 수술은 무조건 서울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져보지도 않고 막연히 서울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광주·전남 지역의 의료가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는 지역 의사들이 능력이 있음에도 선의의 경쟁이 부족한 탓이며, 종국에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2010년에 광주에 의원을 개원하고 3년간 진료했었다. 하지만 C형 간염환자의 디스크를 수술하는 도중 수술 바늘에 찔려 본인이 C형 간염에 걸리면서 건강이 악화돼, 의원을 폐업하고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갔었다.

건강을 회복하고 보니, 지역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분들의 고통이 새삼 느껴졌고, 특히 타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쓰러웠다.

의사들 간 선의의 경쟁은 지역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공격하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지역 환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나아가 의사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