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경칩이 지나고 봄 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곧추 세우고 상쾌한 봄바람과 봄꽃을 조우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다소 꺼려지는 3월이다. 바로 불청객인 황사 탓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황사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21년) 봄에 흙비가 내렸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고구려, 백제는 물론 고려 시대까지 우토(雨土)라는 용어로 사용되면서, 황사에 대한 내용이 꾸준히 등장했다. 조선시대에는 토우(土雨)로 불리면서 심상치 않은 재난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황사는 이렇게 무려 1800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지만 여전히 환대받지 못한 존재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와 황하 중류의 황토지대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3∼5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모래와 먼지가 하늘로 올라 퍼져 있다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 눈 질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는 부위는 눈이다. 바람을 타고 눈에 직접 들어오는 이물질은 각막과 결막의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막에 붙어 손상을 주게 된다. 또 손상된 막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너무 흔한 질환인 안구건조증은 이 시기에 더욱 심해지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안구건조증 월별 진료인원 현황’에 따르면 2009년 3월(24만2765명)에 비해 5년 후인 2013년 3월(30만2585명)의 안구건조증 환자가 11.1% 증가했다. 다른 달에 비해 3월에 유독 안구건조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황사 탓일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황사는 알레르기성 결막염도 유발한다. 황사는 물론 꽃가루와 미세먼지 등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 눈꺼풀과 결막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걸리면 극심한 가려움과 시린 증상이 나타나며 이물감과 함께 충혈이 된다. 심해지면 결막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곧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 궤양 등으로 악화하기 때문에 즉시 가까운 안과에 가야한다.

봄철 안질환은 개인 위생 관리를 잘하고 눈 관리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항상 손과 눈을 깨끗이 하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가렵다고 해서 눈을 비비거나 소금물로 씻어내는 행동은 각막에 상처를 낼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다.

또한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 등 보안경을 착용하고 눈에 흙먼지가 들어가면 비비지 않도록 하고, 인공눈물 등으로 씻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10잔 안팎의 충분한 수분 섭취는 몸에 들어온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에 활력을 준다. 과일과 채소는 항산화작용을 하고, 비타민 A, C, E 등이 면역력을 높여주므로 황사예방에 적격이다.

반대로 길거리에서 조리하는 음식과 밀봉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는 과일·채소에는 황사에 의한 오염이 심각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가급적 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 착용해야할 경우엔 일회용 렌즈를 사용해 오염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좋다. 라식, 라섹, 백내장 등의 수술을 받은 사람은 눈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황사철 눈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