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감격의 1승을 하였다. 알파고에게 내리 3패한 뒤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쟁취한 값진 승리였다. 마치 무지막지한 터미네이터에 불굴의 투지로 반격하여 이긴 것처럼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세돌 9단은 “한 판 이긴 게 이렇게 기쁠 수 없다. 값어치로 매길 수 없는 1승이다”라며 감격해했다.

이번 대전을 보고 “과연 이세돌이다”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멘탈갑이다. 비금도 천재, 센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세돌은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이세돌이 낸 책의 제목도 “판을 엎어라”이다. 그는 3연패 후 “승패는 뭐 갈렸지만 능력을 평가할 때는 1∼3국보다 4, 5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면서 “많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계에 도전하는 이세돌의 모습에 온 국민이 열광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초당 10만 가지 수를 고려하는 계산력은 아무리 인간 최고수라도 당해내기 어렵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줄곧 알파고의 5대 0 승리를 예상해 온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김진호 교수는 “이 9단이 한 경기만 이겨도 진짜 천재인 것을 증명한 거고, 만약 두 번을 이긴다면 인류의 승리라고 말해왔다”면서 “오늘 승리는 천재(이세돌 9단)가 인류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알파고와 대전해서 5대 0으로 패한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는 이렇게 말한바 있다. “3국을 두고 난 후 그 다음부터 어떻게 둬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의 이세돌은 이겨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 전개로 알파고가 실수하게 됐다”며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고, 오늘의 패배는 알파고에 매우 소중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국으로 인공지능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 주위에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그런 변화를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전개되고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까?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술이 인간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니 세바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는 “2030년에는 현재 있는 직업 47%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6.7%는 ‘앞으로 30년 안에 인간 일자리의 절반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저널리즘도 그 한 예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료를 검색하고 기사 작성까지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스포츠·경제분야 등 형식과 틀이 일정한 기사를 중심으로 로봇 저널리즘이 시도되고 있다. 로봇이 작성한 기사에 대한 조사했는데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로봇과 사람 중 누가 쓴 기사인지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지적 영역이라고 했던 문학, 음악, 미술 분야까지 전부분에 걸쳐 인공지능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로봇과 대체가 불가능한 직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게리 하멜은 창조경제시대에서 성공에 공헌하는 능력을 “순종(0%), 근면(5%), 지식(15%), 추진력(20%), 창의력(25%), 열정(35%)” 6가지로 구분하고 이 중 “순종, 근면, 지식”은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능력이여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가장 상위에 있는 역량이 열정이고 창의력과 추진력이 그 다음이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주고 있다. 연패의 벼랑 끝에서 끈질긴 투혼을 발휘하여 첫 승을 선사한 이세돌의 열정에 감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 앞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거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