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2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전날인 3·1절에 테러방지법안 제정 문제로 국회가 한창 시끄러울 무렵, 회원들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전체적으로 입법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성명서와 함께 어떤 조항이 문제인지 등에 대해 분석 자료를 냈다.

반대 이유는 테러방지법의 목적에는 공감하나,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을 위한 법률이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고, 현행 법률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우려 배경은 국가정보원이 과거 우리 역사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사찰 행위를 한 것에 대한 국민적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는 데 있다.

필자는 평소 대통령, 국가정보원장, 국방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하여는 강력한 정치사찰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남북이 대치하고 세계경제가 무한 경쟁인 상황에서 적어도 그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나 어떤 사람을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여부는 국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정을 좌우할 핵심 공직자는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사생활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당하지 아니한 이상 정보기관의 감시를 감수하여야 할 터이다.

그런데, 테러범죄가 무섭다는 이유로 아무나 감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테러범죄가 우려되는 사람은 다에시(IS) 대원이 아닌 이상 애매하다. 법원의 영장주의가 어떻게 지켜질지도 애매하다.

하여튼 감사하게도 몇몇 언론에서 성명을 기사화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지난 2일 법안 통과 직전에 성명서와 설문 결과를 국회의장과 대한변협은 물론 당시 원내정당인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각 당 대표에게 우편으로 보낸 바 있다.

어떤 가시적인 결과나 답변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해당법률안에 대한 국민과 법조인의 우려를 정치권에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물론 곧장 휴지통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3월10일 광주지방변호사회에 정식으로 의견을 접수하고 내용을 검토해 정책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는 접수증을 익일특급 우편물로 보내왔다.

위 답신을 보고 ‘두고 보자’라는 뜻이라며 ‘등골이 오싹 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만큼 공포 정치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적지 않다. 농담처럼 성명서를 준비한 사람은 근신하고 앞으로 자숙하자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전혀 기대치 않았던 새누리당으로부터 막상 답변을 받고 보니 나머지 정당의 행동과 비교됐다. 야당들은 20일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예상한 대로다.

답신 하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옹졸할 것이다.

하지만 반영 여부를 떠나 국민이 보내 준 의견에 대해 형식적 답이라도 하는 새누리당 시스템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예산과 인력이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도 답신을 보냈으리라. 미래 집권을 준비하거나 과거 집권했던 야당들이 현재 새누리당의 국민 소통에 비해 부족한 느낌을 주면서 걱정도 되고 열도 받는 게 지나칠까.

그깟 게 머 어렵다고 ‘편지 잘 받았네요’라고 답장 하나 쓸 사람이나 갖다 붙일 문서파일 복사본이 없나.

현재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행복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치고 박느라 정신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10시간 넘게 화장실도 가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온 야당 의원들의 열정을 어찌 평가할 수 있을까 마는 그에 못지않게 국민과의 소통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