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필자가 다녀온 여러 나라 중에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덴마크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덴마크에서는 누구나 공공기관의 대표자를 만나도 직책이나 직위 대신 이름을 부르는 나라다. 그들은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여 신분의 상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와는 크게 달랐다. 국회의원이 특별한 직업이 아니고, 택시기사와 의사가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는 나라가 덴마크다.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행복지수 1위 국가로 발표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유독 상하관계를 따지고, 갑과 을이 존재한다. 수면 아래에서 숨을 죽이며 견뎌왔던 ‘을’의 그늘진 모습이 이런저런 형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저마다의 처지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하여 공감하기도 하고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만취된 청와대 모 행정관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잠을 깨운 택시기사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를 들먹이며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도 KTX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들어가 공공시설을 사유화한 국무총리 이야기와 1년 동안 교체된 운전기사만 40여 명에 달한다는 대림산업 부회장의 ‘슈퍼 갑질’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잠재된 우리 사회의 특권의식을 드러낸 행동이 아닌가.

요즘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사회 병리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체면과 명예는 뒷전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한번 잡은 권력은 최대한 오래 누려야 한다는 식이다. 비리에 연루된 지도자가 수감 직전까지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듯 고개를 곧추세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온 우리에게 염치는 이미 박제가 되어버린 듯하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한국 사회의 만성적인 고질병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게다가 청년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고용세습’까지 또다시 논란이다. 현대판 음서제로 지탄받는 직원 자녀 우선채용이나 특별채용 사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음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멀쩡한 자식이 집에서 어깨가 처진 채 있으면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애간장이 탄다.

지금이 바로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심상치 않은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를 바로잡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권층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필수다. 따라서 국회개혁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내려놓겠다던 국회의원의 특권은 해가 갈수록 오히려 높아만 가 대국민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개혁의 대상은 결코 자신을 스스로를 개혁할 수 없다. 이번 4.13 총선에서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뜻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 아닌가.

출마자들이 충성을 다하고 눈치를 살피는 것은 지역 유권자가 아니다. 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으려고 지역주민을 받드는 척할 뿐이다. 그러니 유권자의 말을 제대로 귀담아듣겠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실히 보여주자.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 수준이라 하지 않던가. 총선을 1주일 앞둔 요즘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의 정치풍토를 바꾸는 힘은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쌓여 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