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환하게 수 놓았던 봄꽃들이 우주죽 내리는 봄비에 맥없이 떨어져 버린 것처럼 이른바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어깨를 늘어 뜨리고 서서히 퇴장하고 있다.

베이비 붐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시기에 출산이 집중적으로 늘어 출생아수가 폭등하는 상황을 말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율이 급등하여 생긴 인구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이 용어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700만 여명의 출생 코호트를 지칭한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에서 기원되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발생되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전쟁 후 출산율이 급증한 시점으로부터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되어 출산율이 둔화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약 9년에 걸쳐 출생한 세대를 칭하며 이들은 714만 여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대규모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지만, 유년기에는 빈곤에 허덕였고, 1960년대에는 대가족제도라는 사회와의 과정을 거쳤으며, 1970년대에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핵가족으로의 가족구조 변화를 경험한 세대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유신시대를 거쳤으며, 1980년대에는 일명 넥타이 부대로서 경제성장과 민주화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한국현대사의 격동기를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왔다. 이처럼 어려운 세대를 살아오면서도 이 땅의 경제적 풍요를 준비한 주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97년 말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를 맞아 또 다시 기업의 구조조정, 정리해고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자녀가 자라는 동안 부모가 뒷바라지 하고, 그 자녀는 부모가 늙게 되면 봉양하는 순환구조였다. 그러나 서구화, 산업화 물결과 함께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그 구조는 무너지고 있다. 그 속에서 베이비부머들은 인구가 많은 거대집단이라는 의미를 뛰어 넘어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로 전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끼인 세대,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윗세대와 아랫세대에 끼어 있거나 잇는 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헌신과 정열과 땀방울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었겠는가? 그런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제성장의 선봉에 서서 산업현장의 전사로서 때로는 넥타이를 풀어 재끼고 민주화를 외쳤으나 정년이라는 장벽과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말없이 물러났거나 추동력을 잃고 물러나야할 처지에 놓인 채 퇴물이 되어가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베이비부머의 퇴장은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부모봉양과 자녀양육의 임무를 떠맡은 대다수의 베이비부머들은 노후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은퇴를 맞는다. 하지만 정부정책이나 우리나라 법제도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그동안 여러 정책들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베이비부머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고자 최근 전남도는 전남시니어새일터지원센터 개소식을 갖고 중장년층(60세∼64세) 은퇴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알선을 통한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소양교육과 전문교육도 실시한다고 한다. 만시지탄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어느 시기에 가서는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물러나는 여생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부와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일환으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과 대응책 마련에 보다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렇게 될 때 베이비부머들의 노년의 삶이 재앙이 아닌 축복의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