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보육원에서 자란 저는 가족이 없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요. 그런 중에 “얘, 혼자 뭐하고 있어?” 하며 다정하게 대해주는 아주 친한 언니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언니와 저는 아주 어렸을 때 영아원에서 처음 만났는데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학생들은 “둘이 여러모로 많이 닮았고 행동도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가족이 없는 저에겐 이 언니가 친언니나 다름이 없어서 만날 때마다 행복했으며 ‘저에게도 언니가 한 명 있어요’하며 크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이지요. 무슨 연유로 저를 영아원에 맡긴 건지 알 수 없지만 꼭 만나서 함께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망설이다가 경찰서를 찾아가 가족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마침 그 언니도 이 서비스를 신청했지요. 그런데 얼마 후, 우리는 경찰서로부터 깜짝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고, 정황을 확인해 본 결과 …. “두 분이 친자매인 것 같습니다. DNA검사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드디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아주 가난했던 부모님은 언니 태어난 뒤 곧 영아원에 맡겼고, 3년 뒤 태어난 저 또한 큰아버지가 영아원에 맡겼답니다. 그런데 큰아버지가 제 이름을 ‘박’씨로 기록하여 ‘김’씨인 제 친아버지의 성(姓)과는 달리 저는 ‘박’씨 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성’이 달라 서로 자매일 것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지요. 마치 소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런 꿈같은 일을 겪은 뒤 이제 저에겐 가족들, 그리고 늘 옆에서 함께 있어주던 ‘친언니’가 있게 되어서 저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 결국 그들은 작년 3월 10일 이 친자매와 가족들이 20여년 만에 상봉했다고 한다.

신록의 계절 5월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우리 인간들 사이에 맺어진 아름다운 관계로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함을 기리고자 정해진 날들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그린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이 많이 소개되면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엄마를 부탁해’(2008년)는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지만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모습과 사랑을 가족들의 기억을 더듬어 생생하게 되살린 소설이다.

또한 2,3년 전 MBC TV의 자녀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아빠 어디가’는 자상한 아버지의 사랑을 다뤄 높은 인기로 가족열풍을 몰아왔으며 중국에 프로그램 포맷(format)이 수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를 조명하여 1400여만 명 관람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2014년)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들 따뜻한 가족애를 심도 있게그려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가족은 기쁨과 슬픔을 항상 공유하기 때문에 기쁠 때나 슬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린다. 가족은 ‘천륜지간’으로서 생명의 따뜻한 보금자리이고 누구나 태어나면 속하게 되는 곳으로 모든 행복의 기초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혼율과 노인자살률 OECD의 1위, 가족살해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사랑받고 보호되어야 할 아이를 친부모까지도 엽기적 학대와 살해사건들도 빈번하다. 이처럼 가장 평안하고 안전해야 할 가족의 울타리가 파괴되어 가는 소식을 자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픈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터.

가장 오랫동안, 가장 멀리까지 진심으로 배웅해 주는 사람은 바로 가족이다. ‘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보다 낫다’(잠언 17:1)는 성경구절을 다시 깊이 생각해 본다. 요즘 사회적 성공과 명성, 그리고 경제적 물질만이 높게 평가되는 세상이지만 우리 모두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 행복한 가정의 달이 되길 간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