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구이역에서 19세 청년이 혼자서 지하철역의 추락방지용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가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치여 사망했다. 원칙 데로라면 두 사람이 함께 정비를 하면서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면서 업무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청년은 혼자서 허겁지겁 달려갔다. 고장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도착해야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그랬다. 2인 1조 근무수칙은 회사 측에 의해 무시된 반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은 작업자의 철칙이었다. 사고 이전에도 수많은 날들을 정신없이 홀로 뛰어다녔을 것이다. 밥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가방에는 컵라면 하나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아마 그 컵라면도 제대로 갖추어진 장소에서 마음 편하게 먹지 못했을 것이다. 19세에 불과하단다. 내 나이 19세였을 때 얼마나 철없었던가? 우리 둘째 아이와 같은 또래인데, 이 친구만큼 치열하게 살 수 있을까? 세월호에서 받았던 충격이 또 이어진다.

쿤타킨데는 미국의 소설가 알렉스 헤일리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을 미국의 ABC방송사가 미니시리즈로 제작해서 방영한 유명한 드라마 ‘뿌리’의 주인공이다. 전 세계가 힘의 논리에 의해 약소국을 침탈하고 피지배국의 국민들을 노예로 사고팔았다. 모두가 경제논리였다. 대량생산으로 대량소비를 좇아가는 시절이었다.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 생산단가가 낮고 저임금의 노동자를 확보해야만 기업의 수익과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대였다. 인권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자국민의 노동자마저 수단으로 여겼던 그 시절에 노예의 처지라는 것은 참으로 비참하였다. 짐승이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말았을 것을, 인간이기에 지독한 차별과 멸시와 모멸감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작은 노력들이 커다란 힘을 축적했고 세상은 조금씩 변화해 나아갔다. 드라마는 그 과정을 묘사했다.

우리는 마치 이러한 현상이 경제활동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부작용으로 치부하고 있다. 당연시 여기고 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적은 비용을 제시하는 회사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고 하청업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이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라는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 나마 험한 직장이라도 다니고 있는 것이 다행일까? 우리는 매일 이러한 노동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젊은이들을 마주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우리는 이제 노예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불황형 흑자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52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라고 한다. 국가와 기업은 돈을 버는데 왜 노동자들이나 소외계층의 삶은 나아지는 낌새가 없을까? 박근혜대통령은 수시로 해외를 순방하며 소위 세일즈 외교를 펼친다는데 그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국민 행복지수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국가는 국민의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한다. 비록 기업이 이윤추구를 극대화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마저 이러한 것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극대화한 이익을 그러한 이익의 축적에 기여한 각각의 국민들에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해야한다. 공공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은 최저가뿐만 아니라 적정가입찰에 대한 고려도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부의 재분배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은 세금이다. 기업에게 세금을 절감해주는 것이 곧 국민의 삶의 질과 결코 직결될 수 없을 것이다. 국가가 관여해야한다. 그리고 가능한 소외계층에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는 조처를 취해주어야 한다. 삶이 행복해졌을 때 국가의 경쟁력 또한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국가가 알아서 서민의 삶을 변화시켰던 시절은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인간 존엄에 상처받는 시민이 많아지면 국가의 경쟁력은 물론 안정성도 헤치게 될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치열하게 살다가 허망하게 삶을 놓은 김군을 추모하고 또 다른 수많은 김군들에게 오늘의 희생이 계기가 되어 최소한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