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나주 죽설헌에서 40여 년간 나무를 기르고 정원을 가꾸다 보니 광주 도심 풍경이 너무 아쉬워서 한마디 올립니다.

광주천은 무등산에서 시작해 학운동, 양림동, 양동 등등 광주 도심을 가로질러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요. 도심에서는 녹지공간 확보를 위한 공원 숲 등을 조성하기가 땅값이 비싸고 또한 그럴만한 부지 확보도 쉽지 않아 최고 대안이 하천이 아닐지. 하천이나 강은 물이 흘러가는 길이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한 진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을….

광주천 안에 산책길을 만들고 휴식공간을 설치하고 볼거리 같은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무엇인가를 자꾸 보여주려고 애쓸 게 아니요. 그냥 자연스레 물이 흘러들어가도록 가만 놔두고 일부러 심지 않아도 자생할 정도로 왕성한 습지의 제왕 버드나무만 하천 내에 가득 심어놓으면 도심 내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녹색공간 숲이 형성돼 광주시민의 거대한 폐로 살아 숨 쉬게 될 겁니다.

버드나무는 물속에서도 잘 자라는 습지의 최강자요. 빨리 크고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에 강하고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나요.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건 광주시민의 폐 역할을 하는 녹지 공간 확보지요. 푸른 나뭇잎 한 장이 절실하고 개인의 건강에 직결된 문제인데 정치나 행정은 아직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른 채 외면하는지.

K형!

위에서 하는 것들 하든지 말든지 그냥 놔두고 우린 돈도 별로 안들고 바로 손에 잡히는 가까우면서도 작은 것부터 슬슬 해보면 어떨까?

어릴 때 가랑이 사이로 머리 처박아 뒤를 보면 마치 세상이 거꾸로 보이듯이 손바닥 뒤집듯 생각만 바꿔보면 별로 큰 힘 안들이고 도심 내에 거대하고 건강한 시민의 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K형!

미세먼지, 미세먼지, 미세먼지…. 마치 주범이 디젤차인양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 운운하는 등등의 충격요법 같은 대책(?)들. 거창한(?) 정책 뒤끝에 따라붙은 예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정책 입안해 발표하는 자기들 호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마치 마이너스카드 돌려막듯이 논에 모심기 위해 물 대고 있는 물길 중간 뚝 잘라 다른 데로 물 빼돌리는 수작과 다를 게 뭘까요?

K형!

광주도 이젠 콘크리트 빌딩숲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기 시작해 하나둘 씩 나무들이 사라지며 회색 도시로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어요. 산업공해, 도시공해, 인구밀집, 각종 쓰레기, 생활폐수 등등은 바늘 가는데 실처럼 따라붙고….

잔뿌리가 서로 뒤엉켜 토양지지력이 매우 뛰어나 제방 석축이나 콘크리트 옹벽 못지 않는 천연 제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등등 장점투성이지만 단지 우리 주변에 너무 가깝게 흔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마치 동네 점쟁이 안 알아주듯 관심 받지 못해온 죄 하나 뿐이겠지 싶습니다.

도심을 관통하는 거대한 녹색 숲 띠가 형성되면 온갖 새들이 날아 들어와 보금자리가 돼 예상치 못하는 보너스까지 안겨줄 거예요.

정화되어가는 물길 속에는 각종 물고기들을 비롯해 수달은 물론이고 영산강변에 살고 있는 고라니가 도심 한복판까지 따라 올라올 확률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광주천 안으로 사람만 들어가지 않는다면요.

K형!

예산 들여 만들어놓은 산책길이니 각종 시설물 또 파헤친다고 떠들어대는 민원이 됐든 누가 뭐라 허든지 간에 귀 꽉 막고 걍 확 한번 밀어붙여 보면 어떨까요. 아차! 이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일 아니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지 여론도 우군이 아닐 테이니 표 떨어지는 소리, 인기 떨어지는 소리가 나느 듯도 합니다.



*박태후

-나주 죽설헌에서 40여년 동안 나무 가꾸고 그림 그리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