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가끔 간절한 부탁이 눈에 띈다. ‘뺑소니 목격자를 찾습니다’

이 같은 현수막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이 자진해서 수사기관과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우리는 언제든 어떤 사건의 피의자(가해자)·피해자·참고인(목격자)이 될 수 있다.(여기서 참고인은 피해자 외에 제3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다) 이 중 참고인 진술은 수사기관에 있어서 사막의 오아시스같이 중요한 증거다. 혐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피해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고인 본인에게는 참으로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쁜 시간 쪼개서 경찰에 출석해서 진술했더니, 몇 달 뒤 검찰청에서 전화가 오고, 다시 몇 달 뒤에 법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전화가 오다니.

“난 그냥 어쩌다가 현장에 같이 있었을 뿐이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계속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나요.”, “수사기관에서 한번 진술하면 됐지 왜 또 법원까지 가서 증언해야 합니까.”, “제가 진술한 것을 알면 가해자가 저한테 보복할지 몰라요.”

우연히 현장에 있었던 그 사람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러나 가해자도 억울하게 고소를 당했을 수 있고 피해자 역시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을 수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릴 위험이 도처에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진실게임의 퍼즐 한 조각을 가졌을 가능성 있는 제3자가 진술을 거부한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답답하고 정의와 진실은 얼마나 멀어질 것인가.

또한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부동의한 진술 서류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2이하 규정에 의해 그 진술자가 재판에 나와서 자신이 그와 같은 진술을 했음을 인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아무리 제대로 진술했어도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참고인의 진술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형사소송법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증인의 출석을 강제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 등 일정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필자는 다른 지역에서 미성년자인 딸을 강간한 의붓아버지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을 수행한 적이 있다. 피해자는 지적장애 2급이었고, ‘피해 진술을 번복하라’는 모친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학교 보건교사에게 상담했고, 만약 선생님이 증인으로 나간다면 사실대로 얘기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러나 보건교사는 검찰청이든 법원이든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고 가해자 측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필자는 인적사항과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재판부에 비공개 재판 및 화상 증인신문을 요청했고, 그 보건교사를 겨우 출석시킬 수 있었다.

수사기관은 이 외에도 신원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참고인을 위해 인적사항을 생략한 ‘가명조서’를 작성할 수 있고, 수사와 재판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보복범죄를 예방하고 엄정 대처하도록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신변안전조치 등 다양한 대응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혹시 뺑소니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보면서도 내가 그 사고를 목격한 게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나의 경험담, 내가 본 진실을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여럿을 살리고, 그 여럿을 살리는 힘이 바로 정의다. 실체적 진실과 정의를 찾는 그 치열한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