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 4·13총선과 호남인들의 시민주권 선언
2016년 06월 15일(수) 00:00 가가
1945년 5월,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하면서 유럽전쟁이 끝났다. 대독전쟁을 이끈 보수당 출신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자연스럽게 전쟁영웅으로 추켜세워졌다. 처칠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노동당과의 연립정부 대신 보수당 단독정부를 구성하고 싶었다. 처칠의 계획대로 1945년 7월 총선이 실시되었다. 국내외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칠이 이끈 보수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고, 수상이 처칠에서 애틀리(C. R. Attlee)로 교체되었다. 영국인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처칠을 존경하면서도 전후 영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사회보장제의 확충 등을 공약으로 내건 노동당 내각이 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면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묘미라고 말하곤 한다. 특정 지도자나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상정해 어떤 지도자, 어떤 정당이 현 시점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최선의 봉사를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를 하는 것, 이게 바로 시민 주권을 바로 행사하는 방식이다.
호남인들과 더민주당, 그 전신 정당들은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고,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97년 대선 때 광주는 김대중 후보에게 무려 97%의 몰표를 던졌으며, 몰표에 대한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선택에 큰 자긍심을 가졌다. 이런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고는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과의 오랜 연애 과정에서 지역정치가 희생되기도 했지만 호남인들은 더 큰 대의를 위해 그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다.
이런 과거사를 고려한다면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지배정당을 더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총선 후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런 선택에 의아해 했고 또 일부는 지금까지도 이런 선택을 한 호남인들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런 비판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민주화운동에서 호남이 행했던 역할을 상기하며 아쉬움과 우려의 차원에서 행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일부는 지극히 편향된 정파적 시각에서 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더민주당 대신 국민의당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지역주의에 토대를 둔 대립적 양당구도를 타개하고 강력한 제3당을 출현시켜 대화와 협치의 정치를 견인해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론이 아닌 정치현실에서 이를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솔직히 전략적 선택에 탁월한 호남인들이 아니고는 감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호남인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호남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좀 더 나은 정치인들을 배출하고, 그래야 지역정치가 후진성을 면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민주화의 고장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지역정치를 위해서, 혹은 제일 야당인 더민주당을 좀 더 강한 수권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라도 제3당을 육성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1945년 처칠을 수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영국인들은 5년 후 그와 보수당에게 다시 집권의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처칠은 정치인생을 보다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호남의 지배정당이 된 국민의당은 과거의 지배정당과는 달리 선거 때의 긴장감을 4년 내내 유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전폭적인 지지가 아닌 실험의 대상으로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역시 지배정당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호남 여론에 보다 진지하게 귀 기울일 것이다. 다름 아닌,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전국적인 측면에서도 강력한 제3당의 출현은 자의든 타의든 한국 정치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많이 유도해 낼 것이다. 만일 이런 희망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정치사는 2016년 총선을 한국 정치발전을 위한 중요한 해로 기록할 것이며 그 주역으로 호남 유권자들을 기억할 것이다.
한 마디로 2016년은 호남 유권자들이 새로운 차원에서 시민주권의 회복을 선언한 해이다. 중앙정치를 위해 지역정치를 일방적으로 희생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정치와 지역정치가 윈윈하는 새로운 모델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날이 가능한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호남인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호남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좀 더 나은 정치인들을 배출하고, 그래야 지역정치가 후진성을 면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민주화의 고장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지역정치를 위해서, 혹은 제일 야당인 더민주당을 좀 더 강한 수권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라도 제3당을 육성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1945년 처칠을 수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영국인들은 5년 후 그와 보수당에게 다시 집권의 기회를 주었고, 덕분에 처칠은 정치인생을 보다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호남의 지배정당이 된 국민의당은 과거의 지배정당과는 달리 선거 때의 긴장감을 4년 내내 유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전폭적인 지지가 아닌 실험의 대상으로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역시 지배정당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호남 여론에 보다 진지하게 귀 기울일 것이다. 다름 아닌,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전국적인 측면에서도 강력한 제3당의 출현은 자의든 타의든 한국 정치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많이 유도해 낼 것이다. 만일 이런 희망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정치사는 2016년 총선을 한국 정치발전을 위한 중요한 해로 기록할 것이며 그 주역으로 호남 유권자들을 기억할 것이다.
한 마디로 2016년은 호남 유권자들이 새로운 차원에서 시민주권의 회복을 선언한 해이다. 중앙정치를 위해 지역정치를 일방적으로 희생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정치와 지역정치가 윈윈하는 새로운 모델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날이 가능한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