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시장과 정부 시스템의 동시 파탄
2016년 06월 21일(화) 00:00 가가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일부 드러났다. 2013∼2014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 534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감사원의 감사는 대상 기간도 제한적이었고, 강제수사권이 없는데 조사된 규모가 이 정도다. 검찰은 2006년부터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5조 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06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던 프로젝트 전부를 조사한다니, 앞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애초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409억 원, 2014년 4711억 원의 흑자가 난 것으로 밝혔다. 그러다가 지난 4월 양년도의 당기순손실 증가분을 1조 8274억 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해당 회계법인은 부실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올 3월에 와서야 회계 추정 오류를 공시하고 2013년 7784억 원, 2014년 7429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정정한 바 있다.
분식회계는 이익은 많고 부채는 적은 것처럼 회계 수치를 보기 좋게 꾸며 놓는 것을 말한다. 분식회계는 그 자체로도 범죄일 수 있지만, 이렇게 꾸며진 재무제표를 가지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팔았다면 사기 대출과 사기 판매가 된다. 내부 감사를 담당하는 대우조선의 감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파견했는데,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산업은행의 공식입장은 분식회계를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파견한 감사가 몰랐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보통 책임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금융시장과 국가시스템이 모두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정황을 보여 주기 때문에 단순히 한 기업의 부실과 배임 등 범죄의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우선 금융시장의 감시 기능이 멈춰 있었다. ‘시장 감시 기능’의 핵심이라는 외부감사 제도와 신용평가 제도 및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의 분석까지 먹통이었다.
우선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가 있었다. 해당 회계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겠지만,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회계법인은 감사를 의뢰한 기업이 주는 수수료를 받는다. 강한 갑-을 관계이고 회사 경영진과 회계법인 간의 암묵적 공생 관계가 끊어질 수 없다.
또 부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대우조선의 회사채 신용 등급은 ‘우량’이었으며, 증권사의 분석 자료에서도 매도 의견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증권사의 기업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자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기업 경영진과 금융시장 간의 모종의 합작과 공생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2013년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분의 손실을 밝히고, 2014년부터 회계에 반영했는데, 거꾸로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에 대규모 이익을 보고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신호가 생긴 것인데도 금융시장의 감시 기능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키우고 기능을 정상화한다고 해 온 지 20년이 되어 가는 한국의 금융시장 모습이다.
지난 2013년 정부는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6조 원 가까운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의 산업 지원 결정이 있고 국책은행들이 정책자금 공급을 늘렸다. 그리고 조선업의 대량 부실은 주로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작년의 4조 2000억 원 대우조선지원 결정은 2015년 10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까지 함께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급증하게 된 데는 산업은행의 관리부실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의 산업 정책이나 구조조정 정책은 그 자체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굳이 국회를 거치지 않는 방식을 찾느라 그 소란을 떨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에 청와대와 금융당국, 산업은행이 3분의 1씩 낙하산 자리를 나눠 먹었다는 말까지 나와 있고, 2008년에는 산업은행이 자회사에 대해 퇴직 직원을 취업하게 하는 데 대해 감사원 지적까지 있었다. 시장과 공기업, 정부의 총체적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분식회계는 이익은 많고 부채는 적은 것처럼 회계 수치를 보기 좋게 꾸며 놓는 것을 말한다. 분식회계는 그 자체로도 범죄일 수 있지만, 이렇게 꾸며진 재무제표를 가지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팔았다면 사기 대출과 사기 판매가 된다. 내부 감사를 담당하는 대우조선의 감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파견했는데,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산업은행의 공식입장은 분식회계를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파견한 감사가 몰랐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보통 책임이 아니다.
또 부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대우조선의 회사채 신용 등급은 ‘우량’이었으며, 증권사의 분석 자료에서도 매도 의견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증권사의 기업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자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기업 경영진과 금융시장 간의 모종의 합작과 공생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2013년에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분의 손실을 밝히고, 2014년부터 회계에 반영했는데, 거꾸로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에 대규모 이익을 보고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신호가 생긴 것인데도 금융시장의 감시 기능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키우고 기능을 정상화한다고 해 온 지 20년이 되어 가는 한국의 금융시장 모습이다.
지난 2013년 정부는 해양플랜트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6조 원 가까운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의 산업 지원 결정이 있고 국책은행들이 정책자금 공급을 늘렸다. 그리고 조선업의 대량 부실은 주로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작년의 4조 2000억 원 대우조선지원 결정은 2015년 10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까지 함께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급증하게 된 데는 산업은행의 관리부실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의 산업 정책이나 구조조정 정책은 그 자체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굳이 국회를 거치지 않는 방식을 찾느라 그 소란을 떨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에 청와대와 금융당국, 산업은행이 3분의 1씩 낙하산 자리를 나눠 먹었다는 말까지 나와 있고, 2008년에는 산업은행이 자회사에 대해 퇴직 직원을 취업하게 하는 데 대해 감사원 지적까지 있었다. 시장과 공기업, 정부의 총체적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