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벰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사자성어의 유래는 이러하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의 일이다. 제갈량의 공격을 받은 조예는 명장 사마의를 보내 방비토록 했다. 사마의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던 제갈량은 누구를 보내 그를 막을 것인지 고민한다. 이에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 마속은 자신이 사마의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한다. 마속 또한 뛰어난 장수였으나 사마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긴 제갈량은 주저했다. 그러자 마속은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거듭 자원한다. 결국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권유하며 전략을 내린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하고 말았다.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게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가 찾아왔는데 예수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오 12,49)하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덧붙여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왔다.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마태오복음10장34절-36절)는 독한 말씀도 하셨다. 이유가 무엇일까? 제갈량의 읍참마속을 이해한다면 예수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사건으로 지난 며칠간 떠들썩했다. 그리고 사건은 김해공항을 확장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청와대는 공약파기는 아니라며 항변했다. 이른바 기존 공항 리모델링이 사실상 신공항이라는 ‘미래창조과학적’인 해석이다. 지난 대선 때 박대통령은 부산 서동시장을 찾아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한 영남권 신공항 공약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을 백지화한 이유는 이미 수지가 맞지 않아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백지화한 신공항을 다시 살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을 미적미적 끌다가 이제 와서 백지화가 아닌 미래창조과학적 신공항으로 돌아선 이유가 무엇인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좀 더 단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쯤 됐으면 대통령의 말을 믿고 기대했던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공약을 만들어낸 선거 캠프에 있던 측근을 경질해야 한다. 그것이 읍참마속이다.

지난 4년을 살면서 대통령에게 사과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대통령은 사과를 모르거나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사과가 싫다면 잘못을 하지 않으면 될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 답답하다.

읍참마속은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사자성어는 아니다. 국민의 당에도 더불어민주당에도 새누리당에도 해당된다. 국민의 당 김수민 리베이트 사건이나 더불어 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논란, 새누리당 박인숙, 이군현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까지 읍참마속이 떠오르는 많은 뉴스가 이어진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뭉쳐진 나라이니 당연한 일일까?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이 박근혜 정부 들어 성시경(성균관대, 고시출신, 경상도 출신)으로 변한 것이나 호남 홀대론이 나오니 우리나라 전체에 읍참마속은 보기 어려운 일일까?

며칠 전 서울대 병원 앞 백남기 쾌유를 위한 미사와 광화문의 신종 쿠테다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천주교 시국기도회에 다녀왔다.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이란 읍참마속이 이 땅에 자리 잡을 날을 기도했다. 예수님의 읍참마속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기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오 16,2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