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갑 중의 갑’이요,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My way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급여를 결정하고 회의 참석 안 해도 특별한 제재 받지 않으며 자신의 직(職)을 유지하는 ‘슈퍼 갑’이다. 그리고 가장 ‘비난받는 집단’이지만 세비 1억 4000만원이 꼬박꼬박 제공되는 집단, 곧 국회의원이다.

그들은 수많은 특권·특혜를 가진다. 면책·불체포 특권을 비롯해 헌법개정안 제출권 탄핵소추발의권 국가예산심의권 국정조사권 임시국회 소집요구권 등이 있으며, 보좌진 임면권 항공출장 비즈니스석 정부기념식 상석 배려 등 열거하기도 어렵다. 또한 국회의 요직들이 받는 특별활동비를 제외하고, 개인이 매달 일반수당 640만원과 입법활동비 300만원을 받고, 정근수당 640만원, 명절휴가비 770만원, 해외 연2회 해외시찰 국고지원, 보좌진 급여(연간 3억7000만원), 차량유지·유류비(월 145만원), 의원사무실(45평) 제공 및 운영비(월 50만원), 전화·우편요금(월 90만원), 출장비 등 본인 수령액과 보좌진 보수에 기타 보조금을 합하면 의원 1명당 연간 지급액만 최소 6억 7600여 만원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회의원 세비를 ‘1인당 GDP’ 대비 외국과 비교해보면 최고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보수에 대비한 경쟁력은 1위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 스위스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26위, 이탈리아 27위로 조사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처럼 많은 특권을 누리며 2014년에는 넉 달 동안 한 건의 법률도 처리하지 못했고 정기회 마지막 날 법안 140여 개를 무더기로 처리했다. 작년 12월 정기회에도 114개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한 ‘법안처리의 달인’이었다. 1개 법안마다 단 1분 50초에 처리한 셈이다. 올 5월 마지막 본회의 때도 쟁점 없는 130여 건을 기계식으로 처리하여 끝까지 실망시켰다. 결국 19대는 제안된 법안처리율 역대최저 45.0%이고, 폐기된 법안만 만여 건으로 최악이었다. 회의 때 자리가 비면 ‘회의장 입장’을 방송하며, 들어온 뒤에도 면피용으로 잠시 있다가 나가기 일쑤라고 한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따르면 본회의 출석률 평균 89.8%, 상임위 출석률 84.7%이지만 자기 순서의 발언만 하고 나가는 의원들도 부지기수이며, 소위 똑똑한 의원들 본회의 참석률 60%대다. 이렇게 밥값 못하는 국회, 이제 우리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하리라.

한편, 몇몇 외국 사례를 보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보좌진도 없는 작은 방 한 칸에 보좌관 1명이 의원 4명을 보조하지만 의원 한 명이 한 해 백 건이 넘는 법안을 직접 발의한다고 한다. 또한 관리시스템도 엄격,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빠진 시간만큼 수당은 없으며 의사 발언권까지 박탈한다. 또한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거부하며 전체 의원의 1/3 정도가 자전거로 출퇴근하지만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좁은 사무실에 비서는 의원 2명당 한 명, 사무실 가구도 자비로 구입, 회의 불참 시 대신할 의원을 알리는 등 이렇게 성실히 활동하니 무한 신뢰받고 있다. 올 4월 20대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 당선되었다. 대폭 물갈이론이 비등했으나 초선의원 비율 42.3%(127/300명)에 그쳤으며 지난 6월 13일 여소야대 3당 체제로 개원했다. 그러나 개원하자마자 선거비용 뒷돈파문, 가족·친인척 보좌진 채용, 그리고 소위 ‘갑질’ 등으로 비난이 높아지자, ‘특권 폐지’, ‘윤리특위권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는데 이런 일들은 처음이 아니어서 실행은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사면초가’, 총체적 위기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저성장과 청년실업, 소득·노동 양극화, 계층·세대 갈등, 북한의 핵위협과 외교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다. 그래서 이전과는 차별되는 협치로 나아가야 하는데 20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부터 고성과 막말로 얼룩지고 있으니….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의원들은 국민혈세로 세비와 보조금을 받으며 수많은 특권을 누린다. 그래서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도 읽어야 한다. 20세기가 물량과 물질, 하드웨어 중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협업의 시대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인 의정활동은 시대정신의 배신이며 직무유기이다. 국회의원, 자신들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할 수 없지만 평가의 수준은 스스로 결정한다. “세비와 특권은 최상급이나 경쟁력과 효과는 꼴찌다.” 다시는 이런 말들을 듣지 않는 20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