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고용노동부 소속 차별시정담당 사무관인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금호타이어 직원 호봉정정 사건 판결을 알려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오랜 기간 금호타이어에서 일해 온 파견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계약을 체결했는데, 전환 계약일부터 1호봉이었다. 하지만, 정규직원으로 전환 가능했을 때인 2년 경과시부터 1호봉으로 계산되어야 형평에 맞는다며 호봉을 올려달라는 소를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영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만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희망일 터다. 일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한다니 즐거운 마음이다. 괜스레 변호사로서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를 돌이키는 기회가 됐다.

최근 광주 제2순환도로 문제로 광주시와 민자 사업자가 화해했다는 언론 보도에 광주시청 공무원 재직시절 순환도로 지배구조의 법률적 문제점에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뒷받침했던 시절도 떠올랐다.

앞으로는 더 이상 광주시에서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났다니 기꺼운 마음이다.

광주U대회 선수촌 아파트 건축 문제로 현대건설 법무팀과 줄다리기 협상을 한 것도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했다고 믿고 싶다.

변호사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돈을 버는 직업이다. 남의 불행과 억울함이 나의 소득인 묘한 직업이다. 요즘처럼 법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질 때는 변호사 배지도 떳떳하게 달고 다니기 어렵다.

정말로 어떤 변호사처럼 ‘오피스텔을 100채 넘게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라고 답했지만 입맛이 썼다. 비슷하게 물어보는 아내는 더 무섭다.

현직변호사가 광주시청에 9급 공무원으로 지원했다는 뉴스가 오늘의 모습이다. 요즘은 직원 월급날이 두려운 변호사가 많다. 물론 믿지 못하는 시민도 많을 것이고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세상에 산다며 비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로스쿨이 생겨 수많은 변호사가 나오는데도 여전히 변호사 문턱은 높고 아직까지 기대만큼 다양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 잘해 준 기억이 없어 미안하다. 그런 민망함을 변호사로서 사회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쳤나라는 자기 위안으로 감춘다.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는 서글픈 소리도 있다. 대법원 판례는 변호사가 상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변호사는 상인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 선배 변호사들을 보면 눈앞의 돈벌이를 연연하지 않은 분들이 많고 앞으로도 이런 분들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사회에 좋은 영향보다 돈 벌고 싶은 ‘속물 변호사’다. 하지만, 남들 인생에 작지만 긍정적 도움을 주고 싶은 오지랖 넓은 사람이기도 하다.

최근 가장 보람된 일은 국선변호사로서 바바리맨(?)이 무죄 받은 일이다. 앞서 말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 문제나 광주시민이 세금부담을 줄어든 것은 그저 돈에 관한 것이지만 이 남자는 명예와 함께 가정을 지켰다. 비슷한 일로 재판도 받기 전에 야구를 그만두게 된 선수도 있잖은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 판사인 친구가 ‘너는 제발 법정에 들어올 때 오래오래 풋풋함을 유지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여고생 딸이 ‘아빠, 요즘 얼굴에 욕심살이 덕지덕지 붙는 거 같아’라고 말해서 가슴이 뜨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