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사드, 우리의 국익을 묻다
2016년 07월 19일(화) 00:00 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파악된다.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개적으로 발언하기 이전이다. 2013년 4월 방위사업청과 공군 관계자들이 사드 제작사인 미국의 록히드마틴사를 방문해 사드 관련 비밀 브리핑을 받았다. 이 사실이 그해 10월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국의 MD 편입 논란이 제기되었다.
사드는 대북(對北) 견제용인가, 대중(對中) 견제용인가? 현재 알려진 사드의 효용은 요격 기능보다 레이더 기능이 주목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으로는 허점이 많이 지적된다. 오히려 중국을 근접 감시하는 X밴드 레이더의 기능이 위협적이다.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하여 추진되는 모양새였지만, 사드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이라고 봐야 자연스럽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우리 또한 그러한 양국 관계 속에서 전략을 고민해 왔다. 오바마 정권은 2011년 11월에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초점을 옮기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대중 견제 전략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중국에겐 심각한 위협이요, 중국의 주변국에겐 딜레마다. 주변국은 미국의 도움이 반갑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우리에게도 곤혹스러운 형태로 나타났다. 한·미·일 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 위안부 합의 등이 추진되었는데 우리 국민의 정서에 어긋났다.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은 없는가?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유일한 슈퍼파워로 존재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정점으로 하여 미국의 권위는 점차 하락 추세다.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초점을 옮겨 보지만 여의치 않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중동을 불안하게 하고, 유럽에 테러를 확산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가 과연 총체적으로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국익이 미국의 국익과 반드시 일치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동맹국이 요구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닐 것이다. 일방적 의존과 추종만이 답은 아니다. 동맹임을 내세워 모든 판단을 유보할 수는 없다. 우리도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가끔은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맹국으로서의 효용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중의 군사적 대립 속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미국에 줄을 섰음을 보여 주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양국 정상은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를 공동으로 발표하며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다. 북한의 핵 억지를 위한 다자 간 협력 체제가 금방 ‘미-일-한’ 대 ‘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바뀌어 버렸다. 게다가 북한으로선 군사주의가 힘을 받고 외톨이에서 벗어나 우군까지 얻게 생겼다. 사드 배치의 최대 수혜자가 북한이라니.
냉전 종식 후 그동안 우리가 공들여 왔던 남북관계의 개선은 후퇴하고, 강경론을 틈타 어느새 한반도에 원심력이 강하게 개입할 여지를 주어버렸다.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의 옵션을 제한시켜 버렸다면, 이제 사드 배치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의 옵션을 배제해 버릴 것이다. 둘 다 목소리만 큰 자해적 조치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전자파 유해성 논쟁이나 중국의 경제보복론은 차라리 한가해 보인다. 국익과 안보의 이름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이러저러한 비판을 일축시킬 수는 없다. 주권국가답지 않게 전시작전권의 환수도 미루고, 고위공직엔 석연치 않은 이유의 군 면제자가 포진해 있고,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로 관련 기업들은 내팽개치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국민을 탓하거나 가르치려는 것은 전후가 바뀐 것이다.
행위는 쌓여 구조를 낳고, 구조는 관성이 생겨 우리의 판단과 선택을 제약한다. 돌아보면 늘 변화의 시간은 있었다. 다만 시간은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 독일과 일본이 2차대전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동안, 우리는 고작 진영 대결의 냉전시대로 돌아간단 말인가.
사드의 효용성, 비용 부담 등 모르는 게 많다. 소모적 군비 경쟁의 악순환도 걱정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지 말고 국회에서 그 타당성을 논의해야 한다. 진정 우리의 국익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우리 또한 그러한 양국 관계 속에서 전략을 고민해 왔다. 오바마 정권은 2011년 11월에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초점을 옮기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대중 견제 전략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가 과연 총체적으로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국익이 미국의 국익과 반드시 일치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동맹국이 요구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닐 것이다. 일방적 의존과 추종만이 답은 아니다. 동맹임을 내세워 모든 판단을 유보할 수는 없다. 우리도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가끔은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맹국으로서의 효용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중의 군사적 대립 속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미국에 줄을 섰음을 보여 주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양국 정상은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를 공동으로 발표하며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다. 북한의 핵 억지를 위한 다자 간 협력 체제가 금방 ‘미-일-한’ 대 ‘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바뀌어 버렸다. 게다가 북한으로선 군사주의가 힘을 받고 외톨이에서 벗어나 우군까지 얻게 생겼다. 사드 배치의 최대 수혜자가 북한이라니.
냉전 종식 후 그동안 우리가 공들여 왔던 남북관계의 개선은 후퇴하고, 강경론을 틈타 어느새 한반도에 원심력이 강하게 개입할 여지를 주어버렸다. 개성공단의 폐쇄가 남북관계의 옵션을 제한시켜 버렸다면, 이제 사드 배치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의 옵션을 배제해 버릴 것이다. 둘 다 목소리만 큰 자해적 조치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전자파 유해성 논쟁이나 중국의 경제보복론은 차라리 한가해 보인다. 국익과 안보의 이름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이러저러한 비판을 일축시킬 수는 없다. 주권국가답지 않게 전시작전권의 환수도 미루고, 고위공직엔 석연치 않은 이유의 군 면제자가 포진해 있고,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로 관련 기업들은 내팽개치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국민을 탓하거나 가르치려는 것은 전후가 바뀐 것이다.
행위는 쌓여 구조를 낳고, 구조는 관성이 생겨 우리의 판단과 선택을 제약한다. 돌아보면 늘 변화의 시간은 있었다. 다만 시간은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 독일과 일본이 2차대전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동안, 우리는 고작 진영 대결의 냉전시대로 돌아간단 말인가.
사드의 효용성, 비용 부담 등 모르는 게 많다. 소모적 군비 경쟁의 악순환도 걱정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지 말고 국회에서 그 타당성을 논의해야 한다. 진정 우리의 국익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