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선왕(宣王) 때의 일입니다. 언젠가 선왕이 말했습니다.“내 듣자하니,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러자 대신 강을이 말했습니다.

“북방 오랑캐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늘의 명을 받고 파견되어 온 사신으로 백수의 제왕에 임명되었다. 그런데도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너는 뒤를 따라오며 모든 짐승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확인하라’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여우를 앞장세우고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과연 여우가 눈에 띄기만 하면 모든 짐승들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앞장선 여우 때문이 아니라 뒤에 오는 자신 때문인지를 호랑이는 몰랐던 겁니다. 지금 초나라는 그 땅이 사방 오천 리에 백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오랑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대왕의 나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 여우를 호랑이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에는 나라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망언으로 온 나라를 충격에 들게 하더니 제헌절 새벽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어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총선개입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 사자성어가 여의도 정치판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되었습니다.

종교와 정치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종교가 동남풍의 바람으로 자비로운 어머니의 역할을 한다면 정치는 서북풍으로 엄한 아버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동남풍이 도덕의 바람이라면 서북풍은 법률의 바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그 수레는 중도에 멈추는 일이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은 먼저 자신부터 법을 지키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금이 임금다울 때 백성은 가장 백성답습다. 이러한 청렴한 도덕성과 솔선수범으로부터 권력의 힘이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4년차 들어 초심을 지키는 사람은 적고 명나라를 망하게 만든 환관 위충헌과 같은 여우들만 판을 치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형국을 덮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합니다. 세월호에 이어 성주의 사드배치 상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통성 없는 정부는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내부세력과 외부세력으로 단정하며 니편과 내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드배치가 어찌 성주만의 문제이겠습니까?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은 내부세력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부세력이란 말입니까?

‘호가호위’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등에 업고 호랑이의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라와 나라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 관계가 오래 지속하려면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그 신뢰는 위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해주는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기업인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 못지않게 가치를 극대화 하여야 합니다. 한 두해 장사 할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위정자들은 하루 이틀 정치할 것이 아니라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지 말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원불교를 개교하신 소태산 대종사는 “작은 재주로 작은 권리를 남용하는 자들이여! 대중이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지 말라. 대중의 마음을 모우면 하늘 마음이 되며 대중의 귀를 모으면 하늘 귀가 되며, 대중의 입을 모으면 하늘입이 되나니, 대중을 어찌 어리석다고 속이고 해하리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호랑이가 국민들에게 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