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장루(腸瘻) 전담 간호사는 상처 치료, 장루 교육 및 처치를 전담하는 간호사로서 주로 욕창과 같이 치료가 길고 어려운 상처를 다룬다. 장루는 정상적인 대변 배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술을 통해 대변을 체외로 배설하기 위해 복벽에 구멍을 내어 만든 인공항문이다.

처음 전담 간호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받았을 때, 6년간 정형외과에서만 근무했던 터라 새로운 분야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앞섰다. 평소 상처 관리에 관심은 많았지만, 인공항문을 가진 환자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를 한다는 게 두려웠다.

그런 중에 간호부장님께서 많은 조언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누구에게든 처음은 어려운 것이니 경험하면서 배우면 된다는 말씀에 힘을 얻어 도전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일을 시작하고나니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병동이나 중환자실로부터 의뢰되는 욕창발생 환자들을 만나면서 점점 부담감이 밀려오고 책임이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책임감은, 다른 간호사들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겠다는 원동력이 들게 만들었다.

장루 관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기술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다른 질환에 비해 정서적인 지지가 많이 필요하다. 문득, 정서적 지지가 많이 필요했던 한 아기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노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올해 3월. 예쁜 천사들이 모여 있는 신생아실에 갓 태어난 아기의 장루 관리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평소 아기를 많이 좋아하지만 신생아실에서 의뢰가 오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서둘러 향했다.

아기와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장루 주변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른에게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공항문에 대해 부모님에게 정서적 지지와 격려를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하면 덜 받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부모님은 아기가 장루를 계속 가지고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걱정에 많이 힘들어했다. 교육을 받는 내내 눈물을 참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고, 대변이 무르게 나와서 주머니 유지가 쉽지 않아 주변 피부가 많이 상해있는 상태일 때는 나도 같이 울었다. 매일 엄마를 만나면서 아기가 편안하게 주머니를 유지하는 방법이 뭘까 서로 공부하고 찾아가며 신뢰를 쌓아갔다. 울음으로만 표현하는 아기가 불편해 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연구해 가면서 정성스레 관리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지속적인 관리로 피부는 점차 호전됐고, 하루에 두세 번 씩 교환했던 주머니를 삼일 동안 유지하게 됐을 때는 엄마도 나도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2개월 뒤 봄을 알려주었던 예쁜 개나리꽃이 지면서 아기는 장루 복원술을 해 더 이상의 관리가 필요 없음에, 아기와 함께 저를 찾아와 밝게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의 일처럼 기쁘고 뿌듯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자랑스러웠고 벅찬 감동을 받았다.

흔히들 간호사를 가리키는 수식어로 ‘백의의 천사’, ‘병원의 꽃’, ‘사랑과 봉사’ 라고들 한다. 물론 나도 이런 수식어를 참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간호사는 환자의 신체적 간호뿐만 아니라 정신적 간호에 필요한 현실적인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끊임없이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으며, 그렇게 쌓인 전문지식은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전남대병원 상처전담간호사다. 환자들의 욕창이나 장루관리를 하면서 서서히 좋아지는 상처를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접하게 되는 많은 상황과 경험이 축적돼 능력 있는 상처전문간호사로서 현실적인 조력자가 되어 가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고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