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어라
2016년 07월 29일(금) 00:00 가가
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
서산동성당 주임신부
미카 예언서에 나오는 말이다. “그분께서 수많은 백성 사이의 시비를 가리시고 멀리 떨어진 강한 민족들의 잘잘못을 밝혀주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미카 4, 3)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이 2014년 세계 10위다. 국방비는 지난 10년 새 두 배가 증가했다. 북한과 비교하면 아주 큰 차이가 나는데 북한의 국방비가 1조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34조원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방비는 GDP 대비 3%다.
최근에 성주에 사드배치를 한다는 소식이 뜨겁다. 성주에 사드배치를 하는 것이 합당한지 아닌지 보다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사드가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지 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국가가 북한이 쳐들어온다며 우리 힘으로 지켜내지도 못한 무기를 왜 들여오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프랑스 파리, 니스에 이어 뮌헨에도 IS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테러가 있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의 죄 없는 사람들을 사살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당사자를 대표하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같은 어원에서 출발한다. 이슬람의 어원은 싸리마 즉 평화, 청결, 순족, 복종을 뜻한다. 종교적 의미에서의 이슬람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분의 법에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의 원래 의미와 종교적 의미 사이의 관계는 깊고 명백하다. 오직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분의 법에 복종함으로써만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고 청결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곱이 하느님과 겨뤄 받은 이름 이스라엘의 어원은 샬롬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평화를 의미한다. 종교적으로 대치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단어의 어원은 결국 같은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국면에서 점점 신뢰를 쌓기보다 군사력 증강을 통해 북한의 침략을 막고자 하는 것 같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는 만큼 우리도 군사력을 보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평화는 지금 이럴 때 더 필요하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혼란스러울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 하신 말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 36)이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것은 내부자의 고발 탓이었고,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까 두려웠을 것이다. 그들이 한 방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혼자 따로 떨어지면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에게 말한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 말은 그들에게 믿어라, 사랑하라, 따라라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안심하라는 말보다 더 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제 서로 진정해라. 적이 아니다로 들렸을 것이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고 배치하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언제까지 북한이 우리의 적이 되어야 하냐는 것이다. 외국에 지낼 때 북한 미사일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이 너희 나라 큰일 났다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정작 그 뉴스를 듣고도 나는 동요되지 않았다. 너무나 자주 북한이 도발하여 학습된 것일까? 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성공했다 해도 사재기를 하거나, 이민을 가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 군을 믿을 수 있을까? 방산비리, 노크귀순, 천안함 사고, 연평도 포격 등을 생각하면 우리 군이 방어시스템을 잘 갖추었는지 의심되고 겁부터 난다.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은 국가와 국가의 결단이 아니다. 동독과 서독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됐다.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는 길은 서로를 만나는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수 있다면 세계 10위나 되는 국방비를 줄여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업급여 증가, 국민연금 증가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평화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울타리를 치고 뾰족한 유리를 꽂아야 도둑을 막는 것이 아니다.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면 이웃들이 우리집을 지켜준다.
사드 배치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외교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시킬 필요도 없다. 누군가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우리 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이 아니다. 남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 불안한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야 한다. 악수의 상징은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드를 배치할 일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이 2014년 세계 10위다. 국방비는 지난 10년 새 두 배가 증가했다. 북한과 비교하면 아주 큰 차이가 나는데 북한의 국방비가 1조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34조원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방비는 GDP 대비 3%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프랑스 파리, 니스에 이어 뮌헨에도 IS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테러가 있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의 죄 없는 사람들을 사살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당사자를 대표하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같은 어원에서 출발한다. 이슬람의 어원은 싸리마 즉 평화, 청결, 순족, 복종을 뜻한다. 종교적 의미에서의 이슬람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분의 법에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의 원래 의미와 종교적 의미 사이의 관계는 깊고 명백하다. 오직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그분의 법에 복종함으로써만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고 청결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고 배치하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언제까지 북한이 우리의 적이 되어야 하냐는 것이다. 외국에 지낼 때 북한 미사일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이 너희 나라 큰일 났다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정작 그 뉴스를 듣고도 나는 동요되지 않았다. 너무나 자주 북한이 도발하여 학습된 것일까? 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성공했다 해도 사재기를 하거나, 이민을 가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 군을 믿을 수 있을까? 방산비리, 노크귀순, 천안함 사고, 연평도 포격 등을 생각하면 우리 군이 방어시스템을 잘 갖추었는지 의심되고 겁부터 난다.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은 국가와 국가의 결단이 아니다. 동독과 서독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됐다.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는 길은 서로를 만나는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수 있다면 세계 10위나 되는 국방비를 줄여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업급여 증가, 국민연금 증가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평화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울타리를 치고 뾰족한 유리를 꽂아야 도둑을 막는 것이 아니다.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면 이웃들이 우리집을 지켜준다.
사드 배치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외교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시킬 필요도 없다. 누군가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우리 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이 아니다. 남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 불안한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야 한다. 악수의 상징은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드를 배치할 일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