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중소기업 99 88의 진실
2016년 08월 09일(화) 00:00 가가
중소기업의 수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99%이고 고용의 88%를 차지한다고 해서 흔히 99 88이라고 부른다. 쉽게 외울 수 있는 숫자라서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TV 토론회 같은 데서 흔히 쓴다.
어떤 경우에 99 88 통계 수치를 쓸까?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니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대기업들은 단가 후려치기로 하청기업을 쥐어짜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한 비율이 53%에 달할 정도이니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99 88은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제한 등 노동자 권익을 강화하는 노동 개혁의 발목을 잡는 데도 자주 사용된다. 임금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는데,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임금비용 상승으로 지불능력이 약한 영세 중소기업부터 망할 것이며, 가뜩이나 힘든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실업자가 늘어 한국경제는 더 침체할 거란 얘기다. 99 88 통계를 들이대면 인건비 상승이 뒤따르는 노동 개혁 주장은 한국경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의 공허한 이야기로 들린다. 임금을 올려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야 내수도 늘고 경제가 활성화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도 99 88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할 정도로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왜 이리 작을까? 고용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때 보통 종사자 수 300인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고용 통계로 가장 중요한 것이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다.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2015년 12.3%이고 중소기업 비중은 87.7%다.
그런데 경제활동 인구조사는 사업체 기준 통계이다. 사업체 기준이란 A기업이 기흥공장이나 평택공장 등 여러 개의 사업체를 갖고 있는 경우 각 사업체의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통계란 것이다. 따라서 A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00명을 훨씬 넘어도 각 공장 직원 수가 300명 미만이면 경제활동 인구조사 통계에서는 A기업의 직원을 전부 중소기업 고용으로 분류한다. 노동경제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경제활동 인구조사 통계의 중소기업 고용 비중 88%가 과도하게 왜곡된 수치란 것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통계청은 기업 기준의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를 2012년부터 조사하고 있다.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2014년 43.4%에 달한다. 대기업 고용 비중이 12.3%라는 경제활동 인구조사와는 완전히 다른 수치다. 통계청 전국사업체 조사를 보면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체 근로자 중 70%만 단일 사업체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공장·지사·영업점 등 2개 이상의 사업체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이 사회 현안이 되면서 조선업의 사내 하청이 심각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소속은 중소기업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현대중공업 정규직보다 몇 배나 많은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대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 수는 92만 명에 달했다.
공립학교 교사도 대부분 300인 미만 사업체 직원으로 분류되지만, 공무원 신분이므로 중소기업 고용으로 분류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사내하청과 공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하면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43.3%보다 더 클 것이다. 99 88은 허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반반인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약해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노동 개혁이 곤란하다면 고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대기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14년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이며, OECD 평균 1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길다. 대기업부터 OECD 평균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눠 대기업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초과 근무시간 지키기, 휴일 근로의 초과 근로시간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고령자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고령자 근로시간 피크제, 기간제, 파견 및 사내하청 사용 제한 등 노동개혁을 300인 이상이든, 1000인 이상이든 대기업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떤 경우에 99 88 통계 수치를 쓸까?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니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대기업들은 단가 후려치기로 하청기업을 쥐어짜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한 비율이 53%에 달할 정도이니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통계청은 기업 기준의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를 2012년부터 조사하고 있다.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2014년 43.4%에 달한다. 대기업 고용 비중이 12.3%라는 경제활동 인구조사와는 완전히 다른 수치다. 통계청 전국사업체 조사를 보면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체 근로자 중 70%만 단일 사업체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공장·지사·영업점 등 2개 이상의 사업체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이 사회 현안이 되면서 조선업의 사내 하청이 심각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소속은 중소기업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현대중공업 정규직보다 몇 배나 많은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대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 수는 92만 명에 달했다.
공립학교 교사도 대부분 300인 미만 사업체 직원으로 분류되지만, 공무원 신분이므로 중소기업 고용으로 분류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사내하청과 공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하면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43.3%보다 더 클 것이다. 99 88은 허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반반인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약해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노동 개혁이 곤란하다면 고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대기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14년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이며, OECD 평균 1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길다. 대기업부터 OECD 평균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눠 대기업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초과 근무시간 지키기, 휴일 근로의 초과 근로시간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고령자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고령자 근로시간 피크제, 기간제, 파견 및 사내하청 사용 제한 등 노동개혁을 300인 이상이든, 1000인 이상이든 대기업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