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시집을 가는 딸을 불러 앉혀놓고 교훈을 주려고 아버지가 말했다.

“얘야, 너는 시댁에 가면 절대로 착한 일을 해선 안 되느니라.”

뜻밖의 말씀에 의아해하며 딸이 여쭈었다.

“아버님, 그러면 나쁜 일을 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아버지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착한 일을 하지 말라 했거늘, 하물며 나쁜 일을 하라 하겠느냐?”

딸은 영문을 몰라 그저 아버지만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뜸을 들인 아버지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추호라도 ‘착한 일 한다’는 생각으로 착한 일을 해선 안 된다. 그것이 너를 자유롭게 하고,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세상의 며느리들은 다음 세 가지 스타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어리석은 며느리로 행동은 잘못 하면서 속으로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현명한 며느리로 행동은 잘하나 마음에는 생색내는 마음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지혜로운 며느리로 행동도 잘하면서 생색내는 마음도 없습니다.

현명한 며느리는 행동은 잘 하지만, 은연 중에라도 생색내는 마음이 남아있으므로 훗날 시댁식구들에게 자칫 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지혜로운 며느리’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만 보면 현명한 며느리와 똑 같지만 그 속마음을 보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마음상태는 ‘천지차이’입니다.

“바라는 마음이 없이 선행을 행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오른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반야지혜의 무상(無相)이요 무주(無住)이며 ‘무주상보시’입니다.

‘불본행집경’에는 공명조(共命鳥)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습니다.

“이 새는 한 개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각각의 이름은 가루다와 우파가루다인데, 이들은 교대로 잠을 잤다. 어느 날 가루다가 자는 동안 우파가루다는 향기가 좋은 열매를 발견하고 생각했다. ‘내가 이 열매를 혼자 먹는다고 해도 뱃속에 들어가면 둘 모두가 배부를 것이 아닌가.’ 이러한 생각을 한 우파가루다가 가루다에게 알리지 않고 열매를 혼자 먹었다. 가루다가 깨어나서 자신의 배가 부르고 향기로운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고는 자초지종을 묻고는 분노했다. 원한을 품은 가루다는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보고 우파가루다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그것을 먹었다. 결국 가루다와 우파가루다는 둘 다 죽고 말았다.”

우리도 공명조입니다. 부부는 머리가 둘인 공명조이고, 네 식구는 머리가 넷인 공명조, 직원이 삼십 명인 회사는 머리가 삼십인 공명조, 우리나라는 머리가 7500만명인 공명조입니다. 그래서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느껴야 하고, 남의 기쁨을 내 기쁨으로 느껴야 합니다. ‘남’은 ‘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남한과 북한,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노인과 청년, 남자와 여자, 전라도와 경상도, 우리는 모두 공명조입니다. 그래서 어떤 가치보다 우리의 생명이 더 소중합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전에 우리가 공명조 임을 알고 모두가 살 수 있는 국제간의 외교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통일도 좋지만 한사람의 생명이 더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명조이기 때문입니다.

길가의 이름 모를 한 송이 들풀에서 우주를 발견하며, 전기요금 누진제로 고통 받는 한 필부의 삶에서 5000만 민중의 영혼을 발견하는 8월이 되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