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덥네요.” “단군 이래 최대 폭염이라네요.” 요즘 주고받는 인사는 나날이 기록 경신에 들어간 폭염 탄식으로 넘쳐난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올림픽 이미지 몇 장은 인류가 온난화시켜 버린 지구촌에서도 살아 낼 희망과 용기를 보여 준다.

리우 올림픽 광장, 8월 17일 육상 5000m 경기 예선에서 두 여성이 보여 준 관계의 미학은 자매애의 뭉클함을 전해 준다. 니키 햄블린(뉴질랜드)이 결승선 약 2000m를 앞두고 발이 꼬여 넘어진다. 바로 뒤에서 달리던 애비 디아고스티노(미국)가 쓰러진 햄블린에 걸려 넘어진다. 먼저 일어난 디아고스티노가 햄블린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고 통신이 전해 준다.

“일어나. 우리 둘 다 완주해야지”라고. 디아고스티노는 햄블린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 같이 달린다. 잠시 후 디아고스티노가 주저앉는다. 이번엔 햄블린이 달리기를 멈추고 디아고스티노에게 다가간다. 그녀를 잡아주며 함께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같이 완주하자고 권한다.

햄블린은 16분 43초 61로 29위, 디아고스티노는 17분 10초 02로 30위로 완주한다. 이 우발적인 아름다운 자매애를 목격한 관중은 꼴찌에게 기립 갈채를 보낸다. 먼저 도착한 햄블린은 디아고스티노를 기다렸다 포옹한다. 둘이 함께 해낸 것이다. 이 순간, 두 여성의 표정은 어떤 영화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엄청난 연대의 감동을 보여 준다.

이 글을 쓰며 이들 표정을 바라보는 내내 눈물이 나온다. “감동의 눈물은 바로 이거야!”, 라는 느낌이 온몸에 전해온다.

이어 놀라운 반전이 발생한다. 이 모든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한 심판은 넘어진 것이 고의가 아니기에 두 선수 모두에게 결선 진출이라는 올림픽 정신으로 화답한다.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는 놀라운 반전의 미학이 증명된 셈이다. 햄블린은 이 멋진 우연을 이렇게 밝힌다.

“내가 넘어졌을 때 디아고스티노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정말 고마웠고 그녀에게서 올림픽 정신을 봤다. 나는 결코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이 따로 달리다 번갈아 주저앉고 서로 격려하며 같이 완주하는 모습은 세계 언론을 타며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올림픽위원회에서도 트위터에 바로 이 이미지를 올리며 “올림픽에선 항상 승리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올림픽은 경쟁해서 홀로 메달 따는 것이나 메달 수 집계로 국가 순위 매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것보다 지구촌 화합과 평화로운 교류라는 것이 증명된 또 다른 감동의 이미지도 있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사진 한 장에는, 한국의 기계체조 이은주와 북한 기계체조 홍은정이 등장한다. 이들이 경기장에서 만나 반가워하며 상큼한 미소를 보인다. 서로 몸을 가까이하며, 한 손을 길게 뻗어 셀카 찍는 모습은 이심전심의 경지를 보여준다. 분단 상황에서도 남북한 체조 선수가 함께 만난 것을 기념해 사진을 찍는 평화로운 환경, 그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란 것을 구체적 상황을 통해 보여 준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이미지도 기쁨을 준다. 팀 닥터도 없고 공식 통역사도 없는, 남자 배구팀만큼 지원을 못 받는 힘든 상황에서도 8강에 진출하며 코트를 새처럼 나는 모습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임순례) 영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했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코트를 누비는 모습은 비인기 종목으로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같이 뛰는 연대의 힘을 보여 주었다.

폭염에 시달리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날아간 스포츠 전사들이 보여준 이런 이미지는 지구 평화 운동을 하며 지구 식히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준다. “인생길 가기는 홀로 있음과 같이 하기 사이를 오가는 셔틀과 같은 것”이라는 알베르 까뮈의 통찰력이 새삼 떠오른다. 따로 또 같이 오가며 지구촌 연대를 생성하는 관계의 미학을 목격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폭염 속에서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