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우리 가정에 더없는 기쁨과 행복한 해가 된 것 같구나. 그렇게도 목사 되기를 거부하던 네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목사고시까지 합격하여, 올 가을 노회에서 안수를 받아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앞에 서게 되니 큰 영광이구나. 그간 고생 많았다. 내가 57년 동안 성직자로 재임하면서 목사로서 분명한 의식과 소신이 있던 것으로 알고 목회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 정념퇴임을 하고 돌이켜 보니 목사로서 성적이 과락이었음을 깨닫고 가슴 치는 노후를 보내고 있구나.

그러므로 아들 목사님은 하나님과 교회 세상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성직자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이 서신에 아버지의 진심을 담아 보내려는 것이다.

아들아! 목사는 항상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단다. 첫째는 어느 때 어디서나 부탁을 받아도 할 수 있는 설교를, 둘째는 어느 때라고 교회나 성도가 원하면 사임하고 이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목사는 두 개의 권위라는 발로 걸어야 한단다. 하나는 위로부터 받은 권위요 또 하나는 자기가 세운 권위니라. 그렇지 않으면 품위 없는 목사가 될 수밖에 없다.

목사는 항상 두 가지 걱정을 해야 해. 하나는 존경받지 못할까봐, 또 다른 하나는 어느 교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고민하는 거야. 성스러움 고민을 하는 거지.

목사(목자)는 양(교인)에 대하여 두 가지 태도가 금물이란다. 하나는 편애(偏愛)라는 것이요. 또 하나는 정죄(定罪)다. 모세가 하나님의 백성에게 “패역한 너희여‘(소망이 없는 반역자)라고 정죄한 그 말씀 때문에 요단강을 못 건너지 않았니? 이 교훈을 마음을 새기거라.

목사는 네 가지를 멀리해야 한단다. 하나는 눈이 멀고(보아도 못 본체) 또 하나는 귀가 먹고(들어도 못들은 체) 그리고 돈과 성(性)을 멀리해야 덕과 인격을 겸비한 성공하는 목사가 되는 것이다.

목사가 되면 부디 생명의 말씀을 전하면서도 생명 없는 것 같이 표현(설교)하지 마라. 배우들은 생명이 아닌 말을 하면서도 생명력 있게 표현한다. 뭐라 해도 목사직의 핵심은 생명 있는 말씀의 선포이다.

목사가 한 설교는 민들레 꽃씨니라. 정처없이 허공을 날다가 되돌아오는 것도 있고 되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고 자라고 꽃 피워 또 씨가 되어 나른다.

목사직은 전문직인데 프로의 세계는 준엄하다 선수가 실력이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퇴출당하지 않던! 감독 역시 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사임하는 것이다.

목사는 그저 물이면 된다. 물은 자기 위치나 모양을 자기 마음대로 못하는 것. 네모 그릇에서는 네모, 원통에서는 둥그런 모양, 목마른 자의 냉수, 수목의 지하수, 정원과 전답의 농업용수 , 산업을 일구는 공업용수, 청소 및 걸레를 빤 하수 어느 것이건 다만 물이면 되는 것.

목사는 선구자(길이 아닌 곳을 먼저 걷는 자), 목사는 예언자(남이 못하는 말을 하는 자), 목사는 선지자(늘 외로운 자), 목사는 제사장(자기를 먼저 바치는 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고난의 종” 목사는 ‘그의 종’이다.

아들아! 지(智), 정(情), 의(意)의 셋에다 믿음을 더해야 한다. 지 없는 믿음은 맹목이기 쉽고 정 없는 믿음은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믿음 있는 지는 창조력을 믿음 있는 정은 향기를 믿음 있는 의는 불굴의 투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아들아 목사는 더 깊은 성경 연구, 더 깊은 기도, 더 깊은 사귐, 더 깊은 봉사, 더 깊은 선교 전략 없이 허둥지둥 데지 말아라. 큰 교회를 선호하지 말고 그러면서 “주여 저는 죄인이로소이다”하고 고백하며 주님 뜻 앞에 무릎을 꿇고 나를 맡기는 거야, 그리고 깊은 사명의 바다에 그물을 치는 거다. 수많은 고난의 파도를 헤치고 은혜의 바다에 배를 띄우는 승리자가 되기를 염원하라.

아들아, 마지막으로 목사는 속인이 성직을 맡는 것이지 않니? 그런고로 그 안에 속(俗)과 성(聖)이 동거하는 것,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거룩을 탐하고 지극히 육적이면서도 영적이고 지극히 시간적이면서도 영원을 소유하고, 그래서 그것이 끊임없이 내면적 갈등을 일으키지만 조화를 이루려는 적은 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승리하는 목회가 되기를 축수기도 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