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애창곡으로 불리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에게는 킬리만자로가 친숙한 산이자 미지의 산으로 다가 올 것이다.

‘킬리만자로’ 뜻은 탄자니아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혹은 ‘하얀 산’이다. 일년 365일 정상에 눈이 쌓여있어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킬리만자로 산(영어 Mount Kilimanjaro)은 탄자니아 북동부에 있는 성층 화산으로, 정상인 우후루피크의 높이는 5895m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으며,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 높은 산이다. 전문 등반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허락되는 가장 높은 등반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일곱명으로 구성된 산행 팀은 탄자니아의 일정 마지막 코스인 킬리만자로를 오르기 위해 모시라는 도시에서 버스로 이동했다. 지난밤에 산을 오른 경험이 있는 분의 무용담을 생각하며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때 어느 현지 흑인가이드의 선창으로, 일곱 명의 가이드가 함께 불러줬던 ‘괜찮아 잘될거야’ 라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 노래는 일행에게 큰 힘이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랑구 게이트(1920m)로 도착했는데 우리 일행을 반겨준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엄청남 장대비였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는 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하는 기회와 여정 가운데 색다른 풍경, 멋진 경험을 제공했다.

입산 신고를 마치고 4박5일 산행에 필요한 짐을 지고 20여명의 포터와 요리사가 먼저 산에 오르고 그 뒤를 따라 가이드와 함께 올라갔다. 첫날 목적지는 해발 2720m 만다라 산장이었다. 대체로 완만한 경사에 원시 밀림으로 걷는 산행을 하던 중 그 아름다움에 빠져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첫날은 피곤함에 일찍 잠을 청하고, 이틀째 산행을 시작하는데 목적지는 호롬보 산장이다. 고도는 1000m를 올려 3720m. 첫날 산행의 피곤함이 일행의 발걸음을 잡는 가운데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피곤함도 잠시 뿐 힘을 내서 걸었다. 제주도의 오름 같이 생긴 능선과 현저히 낮아진 나무들이 고지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내어 어느덧 호롬보 산장에 도착하니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삼각형모양 이층 침대를 볼 수 있었다. 구름 위에 있는 산장은 마치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삼일째 산행을 시작하는데 목적지는 키보 산장으로 고도는 4720m.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에 1000m씩 올라가는데도 경사진 곳을 조금만 빨리 걸어가면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지구가 아니라 화성의 표면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바위와 황량한 황무지 길이었다. 도착 할 즈음에는 일행 대부분이 고소 증세에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하고 한분은 등반을 포기해야만 했다. 정상 등정율이 평균적으로 30%라고 하고 한국인은 50% 정도라고 하는데 확률일 뿐 어느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는 것이 고소증이다.

마지막 정상 등정을 위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체력 비축을 위해 잠을 청했는데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 잠이 오질 않았다. 밤 11시30분에 정상을 향해 출발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45도가 넘는 경사의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하늘에는 당장이라도 쏟아 질 듯 수많은 별이 박혀있고 땅에는 한 줄로 수㎞의 헤드랜턴 불빛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수많은 등반객이 그러하듯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를 원하지만 고소증세로 인해 중간에 돌아 내려 와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다행이도 6시간30분 만에 정상 능선의 첫 관문인 길만스 포인트(5685m)에 도착해서 일출을 촬영하고 이어서 스텔라포인트(5756m) 최정상인 우후루피크까지 올랐다. 일반인 등산의 최고 높이라는 5895m를 밤새 1175m를 걸어 올라온 것이다.

정상에서 한 시간이상 머물며 만년설의 장관을 나의 마음과 카메라에 담아내었다. 지금도 그때 보았던 천상에서 비춰진 빛의 향연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다짐을 하고 하산했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대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니체)



김영태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 보르도 ‘시간의 그림자’(2015) 등 개인전 6회

-이스라엘 ‘샬롬 예루살렘’(2016), 미국 뉴욕 ‘Pollination’(2013) 등 단체전 다수

-신세계미술상(2001) 수상,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레지던시 참여(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