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백남기 농민이 하늘나라에 가셨다. 작년 11월14일에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317일 만에 69번째 생일 다음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그의 세례명은 임마누엘(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이다. 그래서일까 하느님이 그를 부르신 날은 주님의 날이라는 일요일이었다. 1980년에나 일어났을 것 같은 국가폭력이 21세기에 일어났는데 국가는 사람이 죽었다고 무조건 사과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유럽은 매년 5월8일과 11월13일에 국가 지정 휴일을 보낸다. 그리고 교회는 그날 기도를 한다. 그날은 세계 1차 대전과 세계 2차 대전의 종전일이다. 그날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사과하는 발표문을 매년 발표한다. 오래된 전쟁 중에 죽음에 대해서도 유럽은 매년 사과를 하는데 사람이 죽었다고 무조건 사과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현 교종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회칙에서 이런 말을 한다.

“때때로 우리는 인간의 그 어떤 뛰어남도 부인하는 편견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동등한 존엄을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인간 이외의 생물종 보호를 위한 투쟁에 더 나섭니다. 우리가 다른 생물종들을 무책임하게 다루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불평등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어떤 이들이 자신을 다른 이들보다 더 존귀하다고 여기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이 자신을 마치 더 많은 권리를 지니고 태어난 다른 이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 여전히 묵인되고 있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90항)

백남기 농민은 농민이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소리를 외치기 위해 자신의 땅을 떠나 서울에 올라갔다. 20년 동안 변함없는 쌀값을 대통령의 공약대로 지켜달라고 한 것뿐이다. 아무 무기도 들지 않는 농민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애도하는 시민이 많다. 그리고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시민들이 맞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은 경제적 평가의 측면에서만 이해될 수 없으며 단순히 어떤 계급에 속하는지에 따라서 정의될 수 없다. 만일 인간이 그의 언어, 역사 그리고 실존의 주요 사건들 안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로서 출생, 사랑, 노동 그리고 죽음을 통하여 문화권 내에서 놓여 있을 때에 그는 더욱 완전히 이해된다. 모든 것 중 가장 위대한 신비, 즉 하느님의 신비 앞에 서 있는 인간이 모든 문화의 핵심을 차지한다”(요한 바오로 2세, 백주년, 1991, 24항)

경찰과 국가는 이번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아무런 애도를 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죽음을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부검을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명백함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에둘러 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본다면 약자에 대한 강자의 싸움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곧 더 큰 수용과 사랑과 보살핌을 요구하는 생명은 쓸모없는 생명이라고 여기거나 참을 수 없는 짐으로 생각하며, 따라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러한 생명을 거부합니다. 병이나 장애 때문에도 더 간단하게는 단지 존재 그 자체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복지나 생활양식을 위협하는 사람을 거부하거나 없애 버려야 할 적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일종의 ‘생명에 대한 음모’가 이루어집니다.”(요한 바오로2세, 생명의 복음, 1995, 12항)

사람이 죽었고, 그 가족이 아파하고, 모든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는 지금 국가는 시민들과 건널 수 없는 강에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는 시민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한 농민이 죽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개 숙여 하늘나라에 잘 가시라고 기도한다.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시민을 지키고, 보호하고, 공동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을 막고 통제하고 힘으로 장악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백남기 농민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