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뉴스의 중심이다. 최순실이 했다는 그 간의 행적이 드러나자, 뉴스들은 지난 몇 년 동안을 다시 되돌아본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발언이 있다. 지금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했던 말이다. “야당은 박 후보에게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이 육아를 말한다고 했는데 이는 미혼여성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박 후보는 미혼의 몸으로 국가의 일을 책임졌고 국가와 결혼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떠올리게 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국가 안정을 위해 속히 결혼하여 아이를 얻어야 한다는 초기 신하들의 권유도 번번이 뿌리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늘 자신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선언했다. 엘리자베스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에 걸맞게 영국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훌륭한 여왕 베스(Good Queen Beth)’라는 칭호를 당대에 듣기도 했다.

언뜻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들 손에 고자가 된 이들도 있으며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받아들여라”(마태 19,12)

교종 바오로6세는 사제독신생활에 관한 회칙에서 이런 말을 한다. “사제는 독신이란 새롭고 고상한 이름으로 그리스도께 봉헌됐으므로 실생활과 대인관계에 있어서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완전한 애덕을 항구히 실천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과 최선의 준비를 한 것이 분명하다. 이 사랑으로 사제는 모든 이를 위하여 보다 폭넓게, 보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고 보다 자유롭게 더 효과적으로 성무를 집행할 수도 있으며 그리스도의 파견을 받아 세상을 활동과 사랑의 무대로 삼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의당 갚아야 할 빚을 완전히 갚을 수 있을 것이다.”(1967년, 32항)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2년 8월27일 새누리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선거를 둘러싼 부정, 반복되는 측근이나 권력형 비리 등 이런 것이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이고 이를 없애는 게 기본”이라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이것을 제안한 분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됐고 4년이 지난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제들은 독신제를 유지하면서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최대의 능력과 최선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100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국가와 결혼한 대통령의 측근들은 4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되었나?

안대희 대법관이 말한 측근들의 비리는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최순실은 대통령의 뒤에 숨어서 최대의 권력을 행사했던 것 같다. 이화여대, 승마협회, 미르재단, K스포츠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비리는 물론, 국정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이 엘리자베스 여왕에 비길만한 일인지도 의아하다.

바오로 6세는 독신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같은 회칙에서 지적하고 있다. “만일 사제들이 결혼을 한다면, 교회에 심한 상처를 입히거나 교회를 괴롭히는 불충, 탈선, 불행한 실수 등의 기회는 이미 그들에게 있을 리 없고, 현재의 생활 조건 때문에 소외당한 것처럼 여기는 그들이 결혼을 한다면 오히려 가정생활을 통해서 보다 충실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9항)

그럼에도 독신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독신생활은 오늘도 사제직과 결부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온전히, 영원히, 오로지 그리스도 사랑에 봉헌하고 하느님 공경과 교회의 이익을 위하여 진력해야 할 사제는 독신생활로 지탱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독신제도로써 사제의 지위가 신자들과 세속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에서 구별되어야 하겠다.”(14항)

사제 독신제의 의미가 독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신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교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인 것처럼, 우리는 단지 결혼하지 않아서, 가족관계가 단순해서 부패를 저지르지 않을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국가의 시스템과 민주주의적 절차를 바로 정립하고 여러 사람과 두루 어울릴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을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