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 하나님은 만물에게 언어를 주셨다. 초목들은 잎과 잎이, 가지와 가지가, 뿌리와 뿌리의 접촉으로 다정히 대화하고 바람에 흔들려 동작으로 이슬에 젖어 다소곳이 말한다. 달과 별은 은빛 금빛의 언어로 교통하는 것 같다.

동물들은 입과 손 발로, 그리고 몸으로 희비애락을 알기 쉽게 표현한다. 지붕 위 새들의 지저귐에서 사랑의 언어들을 들을 수 있다. 창공을 나는 기러기 떼들의 행진에서, 사자의 노호에서, 사슴의 질주에서 그들이 말하고 전하는 의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인간들은 축복 같이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갖고 있다. 그 언어로 사상을 전달하고 과학이 발달되며 종교의 힘이 인간 심혼에 깊이 파고들 수 있다. 그 언어 중 은혜의 보답으로 주는 말 ‘감사’가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인정미 넘치는 언어이다.

그러나 물 한잔에 대한 ‘감사’와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감사’가 같은 단어로서 표현되는 데는 언어의 제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의 상징은 십자가이며, 크리스천의 궁극적인 감사는 십자가에 대한 것이다. 십자가는 수직으로, 즉 위에서 땅을 향해 내려진 하나님의 사랑과 그로 인해 횡적으로 땅에서 땅 끝까지 연결된 인류의 사랑이 교차된 것이다. 이 사랑의 교차점에서 폭발되는 십자가의 능력으로 인류는 구원의 소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천의 용어로서의 ‘감사’는 이런 십자가의 의미, 사랑과 희생, 그리고 신앙과 소망이 포함되어 있는 매우 크고 깊은 단어이다.

6·25 때 순교 당하신 손양원 목사는 여수 반란 사건 때 좌경학생들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다. 그는 1948년 10월27일 순교자의 영결식에서 이런 답사를 했다.

“나 같은 죄인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이 나왔으니 감사하고, 많은 성도 중에서 어찌 이런 보배를 주셨으니 또한 감사하고, 나의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나의 양아들 삼고자하는 마음을 주시니 하나님께 감사했다.”

‘감사’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의 자세이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큰 것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되고,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은 향기로운 꽃이요 감사하는 행위는 아름다운 열매다. 늘 감사를 확인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감사하는 마음에 다시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잉태되고 감사하면서 사는 인생행로에는 감사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늘 동행하시는 것이다.

효가 만행의 본이라는 동양도덕이 아름답듯이 실로 ‘감사’는 미 중의 미요, 선 중의 선이라고 할 것이다. 수직으로 하나님을 향해 감사할 때 수평으로 이 땅에 평화가 온다. 종적으로 하늘을 향해 감사할 때 횡적으로는 사회에 단결이 유지되고 사랑과 화목이 오고 간다. 이 감사의 정신이 지배하는 우리들 개인, 우리들 가정, 우리들의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자.

인간의 기쁨이라는 것은 어느 창고에 저장해 놓은 것을 꺼내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창조되어지는 것이다. 기쁨을 창조하는 바탕은 감사이고 감사의 원천은 은혜를 잊지 않는 데 있다. 은혜는 주어지는 것인데 주어진 것 중 가장 큰 것은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희생으로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구원을 약속하셨다. 이 은혜, 이 약속이 감사를 낳고 이 감사의 열매가 기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의 감사의 본질은 고통과 불행의 물결 속에서도 꺼지지 아니한다. 말로만의 감사가 아니라 행동의 언어로 옮겨야 한다.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라는 마음 깊은 곳의 언어가 진정 “기뻐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행동의 언어로 바뀌어져야 한다.

이 수확의 계절에 어제의 감사, 오늘의 만족, 내일의 희망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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