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날’(11월11일)은 1950년대에 범국민적으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역사가 꽤 오래된 날이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수술 기법이 발달하지 않아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주요 실명 원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분 만에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현대에는 실명의 원인질환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손상이 되면 회복이 안 되는 눈 안쪽의 신경조직에 발생하는 병들이 주류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노인성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을 들 수 있다.

먼저, 황반변성은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망막,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에서 90%의 기능을 하는 황반이라는 부위에서 시세포가 죽어가는 병이다. 종류는 크게 신생혈관의 유무에 따라 건성황반변성과 습성황반변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건성황반변성은 망막바깥층에 드루젠이라는 물질이 쌓여 혈류나 영양공급을 막아 서서히 황반부위의 망막조직이 손상되는 것으로, 초기의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력예후는 습성황반변성에 비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습성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말기의 건성황반변성(황반위축)으로 발전해 실명할 수 있다. 습성황반변성은 망막의 바깥쪽에 있는 맥락막이라는 조직에서 신생혈관이 발생해 출혈이나 삼출물이 발생하는 것이 주요 병리기전으로, 습성황반변성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진단 후 2년 내로 실명에 이르게 된다.

초기의 습성 및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루테인 및 기타 항산화제가 함유된 영양제를 복용하면 말기의 황반변성으로의 진행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성황반변성의 경우 말기로 진행되기 전에 진단된다면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주사제를 눈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악화방지 및 시력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두 가지 유형 모두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글씨나 선이 휘어져 보인다거나 사물을 볼 때 가운데 부분이 가려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황반변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안과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다음으로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당뇨는 미세혈관의 파괴를 일으키는 것이 주된 병태생리인데, 당뇨로 인해 망막에 존재하는 혈관에 이상을 일으켜 출혈, 부종, 삼출물(찌꺼기), 견인막 및 그로 인한 망막박리 등이 발생되는 합병증을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당뇨병 환자의 약 절반 정도는 이 당뇨망막병증이 생기게 되고 이는 성인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도 진행하지만 무엇보다도 당뇨의 유병기간이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에 중요하다.

황반변성과 마찬가지로 신생혈관의 유무에 따라 신생혈관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비증식당뇨망막병증과 신생혈관이 발생한 증식당뇨망막병증으로 나뉜다. 증식당뇨망막병증에 이르면 범망막레이져광응고술이나 유리체절제술 등 침습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하더라도 심한 시력저하를 막기 어려우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가 있으면 주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해 눈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의사나 의료진의 실수로 발생한 질환을 의인성 질환이라고 한다. 예전에 농담을 좋아하셨던 모교의 교수님께서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은 의료의 발전으로 인구의 수명연장에 따른 의인성 실명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두 질환이 나이가 많은 노인분들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다른 질환과 달리 적절한 치료법 없이 발병되면 회복되지 못하고 실명까지 이르는 공통점을 꼬집으셨으리라. 안과의로서 답답할 노릇이지만 희망을 찾자면 두 질환 모두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공통점 또한 있다.

실명의 원인뿐만 아니라 여러 영상매체와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해 실명의 의미까지 달라진 올해 맞이하는 ‘눈의 날’은 각별하다. 눈에게 안녕을 묻고 안과 검진을 통해 눈 사랑을 실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