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름답기도 하다가 고통도 겪고 그러다가 인생의 황혼기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과연 어떻게 보일까? 마치 우리가 일 년을 마감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숨 가쁘게 정신없이 살아왔지만 진정한 의미나 기쁨을 찾아보기는 힘든 버거운 느낌들이 많을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의 잘못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정의가 없기 때문일까?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은 각기 차이가 있다. 총명하고 건강하고 부유하게 태어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좋은 조건이라곤 전혀 없이 이 세상에 나온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만큼 능력이 뛰어난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불편한 몸 때문에 평생 불편을 느끼며 사는 이도 있다.

출발부터 이렇듯 불공평한데 우리가 인생을 헤쳐나가는데 있어 이렇듯 힘겨운 노력을 경주해야하만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물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업의 차이, 즉 행위의 차이라고 한다.

고통이나 괴로움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조금씩은 다 갖고 있다. 자식이 있는 사람은 있어서 고통이요,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통이듯이,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물을 지켜야 하는 고통이 있고, 재산이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다.

학식이 있는 사람은 먹고 사는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실업자가 되고나면 그렇지도 않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도 막노동은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버티는 사람이 많고, 막노동하며 근근이 살았던 사람보다 오히려 삶에 대한 용기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자신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극한 상황으로 표현하는데, 고통은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 따라 괴로움의 깊이가 다른 것뿐이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전부를 실패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 직장 잃은 것을 모든 재산을 잃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재산을 잃고도 분수에 맞춰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 바르게 구하고, 바르게 쓰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사는 사람은 결코 개인의 경제적인 삶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고통에 대한 문제는 물질적으로 무엇을 갖고 있느냐, 혹은 학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 즉, 지혜로운 사람은 재산이 있건 없건 고통이 남들보다 적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을 위해 지혜롭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날 수 있었던 행위(노력),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존재하고,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관계 지어지고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농부가 되고, 상인이 되고, 의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도적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은 바에 따라 무엇인가로 되는 것이다. 행위(노력), 즉 불교용어로 업(業)에 의해 존재하고 관계 맺어지는 것이다.

훌륭한 농부도 처음부터 된 것이 아니라 훌륭한 농부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통해 되는 것이고, 도적도 처음부터 도적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 아니라 도적질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가정을 가난에 빠뜨린 것이 외부에 원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것에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가난을 이겨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망하는 마음과 욕심을 버리고 적게 가진 것에도 만족해 할 줄 아는 것이 덕(德)이며, 적게 가졌어도 남을 위해 베풀 줄 아는 마음과 행위가 선(善)이다.

비록 지금은 당장 하루 먹을 양식을 걱정해야 하고, 아이들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일지라도 덕과 선으로 가난을 떨쳐 버리겠다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욕심에 재앙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오로지 적은 것에 만족하면서 절약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욕심에서 벗어나 지혜롭게 가난을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그리고 베푸는 행위가 바로 나 자신의 삶과 가정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