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여자 분들은 봄이 되면 마음이 살랑 살랑 들뜨고,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마음이 허전해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봄을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봄은 음 기운이 양 기운을 만나는 때요. 가을은 양 기운이 음 기운을 만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들뜨고 가라앉는 것 역시 자연의 조화요, 마음의 작용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면서 버리는 계절입니다. 버림은 비운다는 의미입니다. 이맘때쯤이면 무등산 원효사 위의 계곡의 물도 더없이 맑습니다. 나무들이 여름내 빨아 들였던 물을 토해내기 때문입니다.

또한 농부들은 1년 농사인 곡식 수확으로 바쁘고, 우리들은 한 해의 복과 죄를 결산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나는 한 해 동안 얼마나 복을 짓고 살았는지 생각하여 보자는 것입니다.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님은 “하늘은 짓지 아니한 복을 내리지 않고 사람은 짓지 아니한 죄를 받지 아니 한다”(天不降不作之福 人不受不作之罪·천불강부작지복, 인불수부작지죄)고 했습니다.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스스로 지은 복은 가만히 있어도 도움을 받을 것이요. 남이 시켜서 지은 복은 내가 달라하여 받을 것이요, 억지로 지은 복은 사정사정해야 받을 것이니라”고 하셨습니다.

주역에서도 덕을 베푸는 집안은 경사가 오고 덕을 베풀지 않는 가정은 재앙이 따른다고 했습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 진리는 영원하고 인과보응된 것이기 때문에 짓지 않는 것은 올 리가 없습니다.

복이 있어야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야 인연도 모입니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사람들은 베풀어야 할 시기입니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마음의 국량이 넓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자비가 법력입니다.

또한 이 가을에 나의 마음이 얼마나 맑아지고 밝아지고 훈훈해 졌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음공부는 마음의 여유를 갖추자는 것이며, 매사를 바르게 보자는 것이며, 매사에 바른 행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공부는 마음의 평수를 넓히는 것입니다. 아파트도 평수가 넓어야 장롱도 들여놓고 세탁기도 들여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육신은 100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들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키우면 우주를 들 수도 있습니다. 작은 항아리는 물을 많이 채울 수가 없습니다. 테두리가 없는 항아리라야 우주의 물을 채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연관리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세상은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무관한 인연 등으로 얽혀져 있다”고 답하셨습니다.

또한 “가까운 인연을 잘 두어야 큰일을 하기 수월하나니 가까운 인연을 잘못 두면 평생에 어려움이 많나니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서울광장의 100만 인파가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형국의 단초도 인연관리를 못한 대통령의 책임이듯 서로 공부하는 인연, 충고해주는 인연, 상생의 인연이 되도록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 인연 중에는 가족의 인연인 혈연도 중요하지만 부처님과의 인연인 불연도 중요합니다. 불연은 영생의 인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가을에 복의 열매, 마음의 열매, 인연의 열매를 수확하기에 얼마나 공들였는지 반조하면서 일차 결산을 해야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내 마음이나 생활이 흩어져 있다면 추스르는 계기를 삼아야 하겠습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