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4차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그리고 대통령은 검찰조사에 불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두번째 국민담화에서 했던 말을 뒤집었다. 또한 대통령이 1차 담화에서 했던 말과 달리 청와대의 문건은 올해 4월까지 최순실씨에게 유출되었음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청와대 홈페이지는 오보 반박 게시판 ‘이것이 팩트다’를 통해 그간의 일들을 정정한다며 개인 블로그와 같은 글을 올렸다. 자신들은 진실이라며 말을 하는데, 이젠 믿지 못하겠다.

가톨릭 사회교리 107항은 이렇게 말한다.

“진리를 개인적인 삶에 관련시켜 표현하자면 진실, 정직을 의미합니다. 인간 상호 간의 정직한 교제 없이는 모든 공동체가 붕괴됩니다. 말과 행동이 더 이상 일치되지 않는 곳에서 정직이 전제될 수 없는 곳에서는 불신과 냉정과 교활함이 인간의 연대를 결정합니다.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영역에서, 결정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투명성은 진리에 속합니다. 이것은 특히 재정자원을 사용할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DOCAT 무엇을 해야합니까?)

무엇보다 공공의 영역을 지도하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 정직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를 따라야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믿을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본당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이끄는 성직자인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정직이다. 내가 신자들을 무시하거나 속여서는 공동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에게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다 거짓 같아 보이고,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조차 어기고 있다. 왜 그렇게 행동할까?

막스 베버는 권위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전통적 권위는 왕위 세습이나 가부장적 권위처럼 지도자의 명령을 그것은 전통적으로 그러하였다는 근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카리스마적 권위는 지도자의 비범한 능력으로 인해 추종자의 경외심이 복종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셋째, 합리·합법적 권위는 법이나 합리적인 사고에 권위의 근거가 있는 경우이다(주삼환 외). 지금의 대통령은 합리·합법적 권위가 아니라 전통적 권위 즉 자신을 왕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자신을 주술사나 신의 자리에 두는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권위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한계를 벗어날 때 자신을 신격화하여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그러나 승리의 양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인간 역사에 걸쳐서 스스로를 절대 권력으로 높이려는 모든 권력을 물리치신다…. 이렇게 하여 믿는 이들은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권위도 내세울 수 없으므로 부패한 사탄의 권력이 패배했음을 증언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82항)

대통령에게 맡겨진 권위는 국민에 의해 위임된 권위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기에게 권위를 위임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또한 그 부역자들 역시 국민을 속였다. “거짓말을 거듭하면 끝이 좋지 않다.”(집회서 7장13절)

거짓을 거짓으로 덮다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잊어버린다.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의 세상으로 과감히 나와야 한다.

“우리 모두는 진실로 다른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을 위하여 일하려는 확고하고 지속적인 결단 없이는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과 그 사랑의 행위를 꾸준히 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간추린 사회교리 43항)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행동은 이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법 앞에 심판을 받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하고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간의 일들을 진실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이름을 남길 것이다. 언론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도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제대로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정권 뒤에 숨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알렸다가는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이 신뢰를 잃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거짓을 버리고 저마다 이웃에게 진실을 말하십시오.”(에페소서 4장2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