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 2017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무안지역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 무안군이 지역구인 전남도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삭감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안군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평소 무안군수와 정치 노선이 엇갈리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이들 도의원들은 지역예산 확보는커녕 무안지역 내 소외계층을 돕는 예산마저 무차별적으로 삭감한 것으로 드러나 도의회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안군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김영란법’ 시행, 국내·외 경기 침체 등으로 군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내년도 군정동력마저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일 전남도의회와 무안군 등에 따르면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9일 전남도 2017년 예산안 6조3735억800만원에 대한 계수조정을 하면서 64억4300만원을 삭감했다.

삭감액 중 무안군 관련 예산이 40억3200만원으로 전체 삭감액의 62.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무안군의 주장이다.

예산이 삭감된 14개 사업 대부분은 무안군민의 편의와 복지를 위한 농업 관련 시설이나 복지사업으로, 내년도 사업 중단이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예산 전액이 삭감된 사업은 무안 여성농업인센터 운영비 2600만원, 무안 몽탄특화농공단지 조성 5억원, 무안 일로·삼향·청계농공단지 개보수 1억3300만원, 무안지역 수리시설 개보수 2억5000만원, 무안지역 흙수로 구조 1억2700만원, 무안 기계화 경작로 5억2400만원, 무안 양파부산물자원화 11억원, 무안 가축분뇨 확충사업 5억원 등이다.

또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차량지원, 기초푸드뱅크 지원, 희망키움통장, 내일키움통장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은 물론 현안사업 지원 예산도 부분 삭감됐다.

전남도의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이번 사례처럼 특정 자치단체의 예산만을 집중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도의회 안팎에서는 정치보복적인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무안군 예산 삭감 과정에서 무안이 지역구인 양영복 도의원이 주도하고 같은 지역 동료 도의원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같은 ‘정치 보복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안이 지역구인 양 의원과 정영덕 도의원은 김철주 무안군수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평소 정치노선이 엇갈려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 의원 등은 “신규사업 상당수가 적절하지 않고 일부는 (무안)군수의 선심성 사업도 있어 불가피하게 예산을 삭감했다. 삭감된 복지예산은 무안군에만 한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내년 5월께 추경 예산을 통해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무안군민은 “지역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도의원이 지역발전 예산 삭감을 주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무안군민 모두가 촛불을 들고 주민소환이라도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분노했다.

김철주 무안군수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상황을 돌파하고, 발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무안군민을 넘어 전남도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내년도 현안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안=임동현기자 i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