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와 인연
2016년 12월 09일(금) 00:00 가가
연 광
증심사주지·광주불교연합회장
증심사주지·광주불교연합회장
봄·여름·가을 그렇게 무던히도 성장하던 모든 생명체들이 이제는 나래를 접고 조용히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가 나름대로 결실을 맺은 채 세월의 인연을 따라 곳곳으로 흩어지는 자연의 시간이다. 우리 또한 이 자연의 시간 속에서 벗어 날수가 없다. 세상 모든 만물은 이렇게 인연 따라 만났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우리 옛 어른들 또한 인연을 소중히 했다. “인연이 아닌 게지”, “인연이 닿지 않은 거다”라고 말하듯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바라는 것과는 달리 일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체념을 섞어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 옛 어른들은 좌절과 고뇌의 심연(深淵)을 인연으로 풀면서 마음속으로 삭이며 살아왔다.
그 옛날 우리 할머니들은 딸이 사위에게 사연도 까닭도 없이 맞고 피멍을 안은 채 돌아왔을 때 “네 인연이 그러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딸의 인연이 애닯고, 가련하고, 측은해 마음 아파했다.
딸은 ‘팔자’를 탓하지만 어머니는 굳이 인연 소치를 강조했다. 딸의 팔자가 비관이라면 어머니의 ‘인연’은 긍정으로서, 곧 네 업이니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살라는 긍정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 또한 이 세상의 인연이 다하여 다른 세상으로 간 것이라 여기면서 허전함과 애간장의 마음을 달랬다. 이는 하늘을 탓하거나, 남을 원망하는 것이 죽은 자식의 저승길에 장애나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모든 것을 굳이 인연으로 돌리려 했다.
‘인연 따라’ 내세(來世)만이라도 잘 살기를 비는 부모의 마음에 어찌 피눈물이 고이지 않았겠는가? 이렇듯 모든 인고(忍苦)를 인연 속에 묻고 살았던 것이다.
“소매 자락만 스쳐도 오백생 인연 (五百生因緣). 한번 정해진 배필이면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는 인연관(因緣觀)”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의 특성인 순종과 끈기, 은근과 근면, 낙천과 소박은 정착되지 못했을 것이다. 가난과 역경, 불행의 삶을 인연으로 완충시키지 않은 채 액면 그대로 또는 욕망에 순응하여 살아왔다면 혼란과 파탄의 민족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풍조가 사라지고 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삶, 나의 성취를 위한 삶, ‘우리’만의 행복을 위한 생존심(心)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여 오늘날의 초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동안 일어난 우리의 불행들이 모두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양심을 속인 나의 성취를 위한 삶에 눈이 어두워 이 사회 곳곳에서 말도 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는 소중히 하면서 ‘너’는 무시하고, ‘너희’는 죽어도 ‘우리’는 배불러야 하고, 국민은 배고파도 대통령만은 배불러야 한다는, ‘인연’을 생각하지 않는 자기만의 성취욕 때문이다.
세상사(世上事)는 인연생기(因緣生起)라고 한다. 즉 모든 것은 직접적인 원인을 말하는 인(因)과 직접적인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조건인 연(緣)의 결합에 의하여 생기고 일어난다는 뜻이다. 세상사 모든 일들도 인(因) 과 연(緣)이 합해지면 일어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다른 것’은 무시하고 ‘나의 것’만을, ‘남’은 무시하고, ‘나’만 홀로 성취하려 하면 결국은 ‘나’ 또한 붕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겪는 희·노·애·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람’과 ‘물질’ 관계이다. 이 둘 중에 우리를 무척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나’와 잘 맞고 조화를 잘 이루는 순연(順緣)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와는 도무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 생기는 악연(惡緣)의 사람도 있다. 이러한 순연과 악연의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한 평생을 희·노·애·락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악연의 사람은 대하기 싫지만 계속 만나거나 상대해야 하고, 순연의 사람은 언제나 함께 하고 싶지만 뜻하지 않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을 계속 보고 싶지만 소슬바람에 흩어지듯 인연의 모임과 흩어짐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인연이라 믿었던 것이 나쁜 인연으로 바뀌기도 하고, 처음에는 나쁜 인연이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은 인연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연도 악연도 없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이치 속에 인연의 모습 또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들은 체험했을 것이다. 인연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고 인연이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대통령에게도 있기를 바랄뿐이다. 저물어 가는 한해를 좋은 인연과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그 옛날 우리 할머니들은 딸이 사위에게 사연도 까닭도 없이 맞고 피멍을 안은 채 돌아왔을 때 “네 인연이 그러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딸의 인연이 애닯고, 가련하고, 측은해 마음 아파했다.
딸은 ‘팔자’를 탓하지만 어머니는 굳이 인연 소치를 강조했다. 딸의 팔자가 비관이라면 어머니의 ‘인연’은 긍정으로서, 곧 네 업이니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살라는 긍정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 또한 이 세상의 인연이 다하여 다른 세상으로 간 것이라 여기면서 허전함과 애간장의 마음을 달랬다. 이는 하늘을 탓하거나, 남을 원망하는 것이 죽은 자식의 저승길에 장애나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모든 것을 굳이 인연으로 돌리려 했다.
몇 년 동안 일어난 우리의 불행들이 모두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양심을 속인 나의 성취를 위한 삶에 눈이 어두워 이 사회 곳곳에서 말도 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는 소중히 하면서 ‘너’는 무시하고, ‘너희’는 죽어도 ‘우리’는 배불러야 하고, 국민은 배고파도 대통령만은 배불러야 한다는, ‘인연’을 생각하지 않는 자기만의 성취욕 때문이다.
세상사(世上事)는 인연생기(因緣生起)라고 한다. 즉 모든 것은 직접적인 원인을 말하는 인(因)과 직접적인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조건인 연(緣)의 결합에 의하여 생기고 일어난다는 뜻이다. 세상사 모든 일들도 인(因) 과 연(緣)이 합해지면 일어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다른 것’은 무시하고 ‘나의 것’만을, ‘남’은 무시하고, ‘나’만 홀로 성취하려 하면 결국은 ‘나’ 또한 붕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겪는 희·노·애·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람’과 ‘물질’ 관계이다. 이 둘 중에 우리를 무척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이다. ‘나’와 잘 맞고 조화를 잘 이루는 순연(順緣)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와는 도무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 생기는 악연(惡緣)의 사람도 있다. 이러한 순연과 악연의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한 평생을 희·노·애·락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악연의 사람은 대하기 싫지만 계속 만나거나 상대해야 하고, 순연의 사람은 언제나 함께 하고 싶지만 뜻하지 않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을 계속 보고 싶지만 소슬바람에 흩어지듯 인연의 모임과 흩어짐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인연이라 믿었던 것이 나쁜 인연으로 바뀌기도 하고, 처음에는 나쁜 인연이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은 인연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연도 악연도 없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이치 속에 인연의 모습 또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들은 체험했을 것이다. 인연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고 인연이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대통령에게도 있기를 바랄뿐이다. 저물어 가는 한해를 좋은 인연과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