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의 나선’은] 지역 청년 우울한 현실 50분 분량 광주서 촬영
2017년 01월 02일(월) 00:00

지난해 7월 진행된 영화 ‘침묵의 나선’ 촬영 현장. <개미필름 제공>

개미필름의 첫 중편영화 ‘침묵의 나선’은 지난해 7월 촬영에 들어갔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우울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안상후는 지역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평범한 33세 청년이다. 4120명을 뽑는 지난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지원자 수는 22만2650명이었다. 경쟁률은 54 대 1.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 9급 지방직 공채 시험의 경우 21만2983명이 시험을 치면 20만1624명이 떨어진다.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6월 시행한 지방공무원(8·9급) 임용시험에는 264명 모집에 8085명이 응시해 평균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9급 공무원 시험공부 1년 했다가 경찰 시험 1년 준비하는 식의 기약 없는 청춘을 보내던 상후의 창업은 그에게 기회이자 비극의 시작이었다. 상후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는 사업을 시작하며 유명세를 탄다. 하지만 상후의 창업을 범죄행위라면서 시위를 벌이는 연극배우 차종혁이 등장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상후의 고객은 지난밤 고주망태가 돼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추태를 부린 청년부터 5·18 때 국가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중년, 죗값을 치르고 새 삶을 살려하는 만기수까지 다양하다.

기억을 지우는 행위는 아픔을 겪는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세태를 상징한다. 연출진이 관객에 던지는 물음은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행복해 지느냐는 것이다. 주인공은 기억을 지우는 것을 “꽃밭에서 지렁이만 뽑아내는 것”으로 비유한다. 불편부당에 마주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회피하는 행동은 오히려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다.

50분 남짓 분량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광주에서 촬영됐다. 주인공이 1인 시위를 하는 문화전당, 살인이 벌어지는 금남지하상가 등 광주 시내 곳곳이 등장한다. 옛 안기부 광주지부 건물로 쓰였던 광주시 청소년 문화의 집 지하실에서 고문 장면을 촬영할 때는 배우와 촬영진들이 구토 증상을 겪으며 고생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개미필름은 지난달 남동의 ‘메이홀’에서 지인들을 불러 한차례 상영회를 열었다. 개미필름은 이 자리에서 나온 감상평과 조언을 바탕으로 편집하는 담금질에 들어갔다. 오는 3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미필름 페이스북 ‘facebook.com/antfilmjj’에서 이들의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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