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순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미숙하게 운영해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 조성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쳤던 약속과는 달리 정원 내 최대 수익사업인 식음료 판매시설 운영자 공모 과정에서 입찰자격을 대기업 기준으로 강화하는 등 사실상 지역 영세업체들의 참가를 어렵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1일 순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순천만국가정원의 식음료 판매시설을 제1호 국가정원의 격에 맞게 전면 교체하기로 하고 10여 개 시설 총괄 운영자 공모에 들어갔다.

시는 공모 배경으로 ‘지난해 54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식음(료) 시설의 효율적인 운영과 음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통해 11개 업체의 신청을 받은 뒤 지난 13일 업체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대기업을 포함한 모두 10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찰자격을 놀이공원·테마파크·워터파크 등 오락시설, 극장·박물관 등 문화시설, 리조트·쇼핑몰·병원·대형마트 등 다중이 이용하는 유사시설 등에서 영업장 1000㎡ 이상을 1년 넘게 운영 중인 업체로 한정해 사실상 대기업이 아니면 참여 자체를 차단해 영세 업체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는 특별한 사업 능력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 없는 커피숍이나 매점, 자판기 운영까지도 통합으로 발주해 지역 영세 업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시는 또 이번 입찰 참가업체와 지난해 국가정원 내 식음료 판매 매출 등에 대한 질문에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대기업 배려 공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순천시는 이 같은 논란에도 오는 3일 제안서를 받아 8일께 경영능력 80%, 가격점수 20%를 기준으로 운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총괄운영을 통해 국가정원의 격에 맞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민 고용 창출과 순천산 식재료 사용, 특색있는 메뉴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입 등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순천시는 또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순천만 습지를 폐쇄하고도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묶어 파는 통합입장권 가격은 내리지 않아 관광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순천시는 AI가 급속하게 확산하던 지난해 말부터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습지를 폐쇄하고 관광객 등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통합권(성인 1명 기준 8000원)을 그대로 판매중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통합입장권 부분에 대해서는 티켓을 소지한 관람객에 한해 올 연말까지 순천만습지를 한 차례 더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한 박상현(40·광주광역시 지산동)씨는 “두 곳 중 한곳을 폐쇄했으면, 절반 가격에 표를 판매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먼길을 온 탓에 그대로 돌아갈 수도 없어 8000원씩을 내고 입장 했지만, 금액을 떠나 아직까지도 화가 난다. 앞으로는 순천쪽은 가기도 싫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