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동(新昌洞) 유적은 광주의 서북쪽 장성(長城)으로 나가는 국도 1호선 및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좌우의 구릉지에 위치하는 철기시대 말기에서 원삼국시대 초기에 걸친 복합유적이다. 1963년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에서 처음 발굴하였고, 1992년 국도 1호선의 직선화공사로 인해 유적지 일부가 절개되자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시굴조사를 하였다. 그 후 1995∼1997년 3차례에 걸친 본격적인 저습지 유적조사를 실시하였다

1963년 발굴 조사에서는 총 53개의 옹관(甕棺)을 발견하였는데, 51개는 대소 2개의 옹관을 이어붙인 합구식(合口式) 옹관이었고 나머지는 단독 옹관와 3부분으로 구성된 옹관이었다. 합구식 옹관의 토기형식은 소뿔형 손잡이가 달린 토기와 아가리 단면이 겹으로 된 민무늬토기이다. 부장품으로는 소형토기, 석기, 철편 등이 나왔다. 1992년 옹관묘의 동남부 구릉과 곡간에 대한 시굴조사에서는 저습지(低濕地) 유적의 일부 유구를 확인하여 다음 조사로 이어졌다. 1995∼97년의 유적조사에서 굵은 나무기둥열(木柱列)과 함께 수많은 목제유물, 볏짚과 왕겨 등의 벼농사 관계자료, 당시의 환경을 알려주는 많은 자연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나무기둥들은 누각형태의 고상식(高床式) 건물의 기둥으로 추정된다.

목제유물로는 칼·칼집·활 등의 무기와 괭이·괭이자루·낫자루·절굿공이 등의 농기구, 자귀자루·도끼자루·망치 등의 공구류, 국자·통형칠기·사각용기·굽 접시·그릇뚜껑 등의 용기류, 원형칠기·새모양 목제품 등의 제의(祭儀)도구, 발화구·신발골·부채자루·현악기·실감개·바디·문짝 등 생활용품이 출토되었다. 이 밖에 소쿠리 테와 싸리비·삿자리 등 오늘날에도 농촌에서 사용되거나 근래의 민속품과 유사한 유물들도 다수 출토되었다.

벼농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자료로는 탄화미·왕겨·벼 잎사귀와 뿌리 등이 있다. 이들을 가지고 DNA분석을 시도한 결과 모두 단립(短粒)에 점성을 가진 자포니카 계열의 종자로 밝혀졌다. 또한 흑갈색 유기물 층에서 검출된 벼의 꽃가루가 전체 꽃가루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당시 활발했던 벼농사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밀·보리·호밀 등의 곡물과 채소류인 오이, 참외 그리고 산머루의 씨앗도 발견되었다. 자연유물에는 다슬기·우렁이·붕어 뼈·메기 뼈 등 민물 어패류와 멧돼지, 사슴, 노루같은 짐승 뼈가 출토되었다.

각종 토기 목제 및 자연유물 자료를 통해 농경과 수렵어로, 주거생활 양식의 추정과 함께 현악 등을 통해 대륙과의 대외교류관계 파악 및 당시 수준 높은 생활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신창동 유적지는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된 우리나라 저습지 유적의 완결판으로서, 광주 일원이 고대부터 영산강 유역의 벼농사문화를 꽃피운 중심지였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