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한 순천 원도심 향동 일대 마을들이 지역민의 참신함과 재미, 예술가의 코드 등이 더해지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때 하숙집과 자취방이 넘쳐났던 향동 일대는 골목 가득 넘쳐났던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순천을 대표하는 도심 공동화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순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낱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의 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14년부터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향동 일대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시는 우선 지속가능한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으로 향동일대의 30년 이상 노후 주택에 대해 슬레이트 지붕개량, 에너지절감 등 집수리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금곡 에코지오마을을 조성했다. 에코지오 마을은 동쪽으로는 중앙파출소, 서쪽으로는 공마당길 아래쪽, 남쪽으로는 한옥글방쪽, 북쪽으로는 매산고 건너편이 경계다.

에코지오마을 조성사업은 마을주민과의 소통과 공유를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오래된 역사 속에 그대로 녹아들도록 했으며, 특히 주민이 직접 마을을 설계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그렇게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허물어져 흉물스럽던 빈집 주변과 거리에 ‘이웃사촌’ 정원이 조성돼 주민이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정원의 도시 순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 유명 작가들이 직접 조성한 작가정원도 마을 주민이 만든 정원과 어우러져 지역 명물로 거듭나고 있다.

또 생태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탄소배출 최소화와 자연 에너지 활용을 통한 친환경마을을 만들기 위해 어르신이 여가를 보내는 경로당을 시범공간으로 벽면녹화, 빗물활용, 에너지절감형 집수리, 태양광 등도 설치했다. 비바람에 씻기고 낡은 집들은 새 옷을 입었고, 넓은 뜰이 있는 주택에는 빗물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빗물저금통이 설치됐다.

오래전 봉지쌀을 판매하던 쌀집에는 쌀을 싣고 마을을 달리던 자전거가 금방이라도 달려나올 듯 쌀집 벽면에 붙어 소담하게 꽃을 피우고 있고, 700년의 이야기를 간직한 골목길에는 새들이 날아들 것 같은 새집들과 봄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원도심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생태주차장과 생태주차장이 있는 매산고의 역사를 담아 학도병 충혼거리도 조성됐다. 특히 생태주차장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주차장 명칭 공모전을 실시해 ‘매산뜰 주차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단순한 주차장의 개념을 넘어 주민의 생활편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태양광 휴대폰 충전소, 수목의 관수를 위한 빗물저금통, 나무로 만든 주차스토퍼 등이 조성돼 있다.

낡고 방치됐던 건물도 개보수 돼 창작예술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배병우 사진작가, 김혜순 한복명인, 조강훈 화가 등의 창작스튜디오가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선물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함께 시작된 마을 이야기는 순천부읍성 역사문화관광 자원화 사업, 청수골 새뜰 마을 사업으로 연계돼 현재 진행형이다.

생활환경이 취약한 청수골의 낡은 집들은 개보수 되고 마을 입구에는 커뮤니센터가 준공돼 주민들이 직접 공방, 카페, 빈집게스트하우수 등을 운영하게 된다.

또 오래된 흔적과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매산등 안력산 병원 격리병동도 리모델링돼 주민을 위한 건강진단, 치료, 홍보관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순천=박선천기자 psc@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