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서는 사람들이 감성을 잊은 채 편한 대로만 살려고 합니다. 조그만 수고를 들인 손편지는 우리들을 감성적인 세계로 이끌어요. 특히 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가 더욱 그렇죠. 편지 문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작가들이 먼저 시작합니다.”

지난 3일 한자리에 모인 광주일보 기획 ‘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이하 그림편지) 3기 참여작가들은 오랜만에 편지를 써본다며 멋쩍은 모습이었다.

광주일보가 3년 전부터 연재하고 있는 ‘그림편지’는 화가들의 여행이야기와 깊은 사유를 담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여행지 풍경을 사진이 아닌 스케치 작품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글로는 설명하기 힘들거나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그림으로 멋들어지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지역작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작가 섭외는 김해성 작가가 맡았다.

1기 김해성·문명호·문정호·박구환·박종석·오광섭·장현우·정상섭·정성준·조정태·주홍·한희원 작가를 비롯해 2기 강남구·김영태·김해성·류재웅·박수만·박태후·백준선·송필용·이영식·전현숙·정용규·최재영 작가가 편지를 띄웠다.

독자들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비롯해 유럽 고성(古城), 아시아 오지, 아메리카의 잊혀진 문명 등 대륙을 넘나들며 화가들과 동행했다.

이제 3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오는 8일부터 격주 목요일 지면을 통해 생생한 국내외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선사할 예정이다. 3기는 강운·김상연·김유섭·김해성·박문종·신양호·임근재·임의진·이이남·이인성·허진 등 작가 11명이 참여한다.

8일 첫 게재를 앞두고 작가들은 편지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유섭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는 “우리 주변 풍경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입을 열었다.

“최근 몸이 안 좋아 의사가 장기 여행은 자제하라고 만류하더군요.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는 생각에 학교부터 둘러봤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벚꽃, 장미 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가 그동안 한국을 너무 몰랐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양호 작가도 동의하며 남도 풍광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 작가는 “젊은 작가들과 전남 22개 시·군을 다니며 그림을 그려 출간한 적이 있다”며 “여수 흥국사, 광양 백운산, 강진 무위사 등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이남 작가는 오스트리아 린츠와 헝가리를 여행 예정지로 생각하고 있다.

“광주에 앞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는 12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얼마 전 방문했는데 유적 앞에 수영장을 만들고 국회의사당 앞에 다이빙대를 설치하는 등 지역문화유산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린츠에서는 주말 관람객들이 미술관에서 떠들고 노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림편지를 통해 광주에서도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오래 유학한 김유섭 교수는 “독일도 도심 수로를 활용해 수영장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 작가 중 유일한 30대인 이인성(35) 작가는 일본 가마쿠라를 꼭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30대라면 누구나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알 것이다”며 “만화로 먼저 만난 배경지역의 실제 모습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성 작가는 “물질만능시대에서 그림의 가치는 판매비용으로만 판단되고 있다”며 “그림편지는 모두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미술의 본래 목적을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