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 일몰제’에 대비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돌연 재검토하기로 해 행정의 신뢰성 훼손과 함께 막대한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순천시는 민선 6기들어 1200억원 규모의 ‘순천만 랜드’ 등 대형 민자사업 유치 계획을 확정단계에서 백지화하는 등 ‘투자유치 무산’ 행태가 반복되면서 시정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이번 재검토 조치에 대해 일부 토지 소유주의 반대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2020년부터 도시근린 공원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일몰제’가 시행된다는 점에서 자칫 개인 소유 공원부지에 대해 천문학적인 보상비 부담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녹지보전’이라는 공익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인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기존 계획대로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지정만 해놓고 오랫동안 조성하지 않는 공원·도로 부지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들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렸고, 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결정고시된 공원들이 20년 이내에 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공원지정을 해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부터 도시계획시설 지정 후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의 효력이 자동 상실되는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시행된다.

순천시의 일몰제 대상 공원은 23개소 576만2741㎡로 토지 매입비만 1600억원에 이르며, 전액 시 자체 재원으로 보상해야 한다.

이 같은 막대한 재원 투입을 막기 위해 순천시를 비롯한 광주시 등 전국 자치단체들은 민간자본을 일부 수용하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5만㎡이상의 도시공원을 민간공원 추진자가 대상부지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해당 지자체에 기부채납( 寄附採納)하고,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주거·상업·녹지지역에 허용되는 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사업시행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토지 매입비의 80%를 예치금으로 선입금 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한 마찰 우려 등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지난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도시공원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적용하기로 하고 대상공원으로 삼산, 향림, 남산, 봉화 4곳을 검토·공모했다.

공모 결과 2개 업체에서 삼산공원, 봉화산공원 2개소를 제안했으며, 전문가로 구성된 제안심사위원회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주)한양이 선정됐다.

(주)한양은 삼산공원내에 지하 4층 지상 25층 1479세대, 봉화산 공원내에 421세대 등 총 1900세대 아파트 2개 단지와 봉화망북에 상업시설, 예술인마을 27필지 규모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조충훈 순천시장이 돌연 일부 토지 소유주들이 반대 입장을 받아들여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업계획이 좌초위기에 놓인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도시자연공원이면 토지사용에 제한을 받는 대가로 토지주가 재산세 50% 감면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데다, 한편으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위배된다는 지적까지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반대하는 토지주와 재검토를 지시한 순천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인근 광주시가 최근 마륵공원, 송암공원 등 도시 근린공원 4곳을 민간공원 방식을 도입해 개발하기로 하는 등 전국적으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천식 순천시 공원녹지사업소장은 “2020년 일몰제에 대비해 시의 재정부담 완화와 장기미집행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 해소 등을 고려하면 일부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면서도 “다만 개발여부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비롯한 난개발 방지, 생태·환경 보호, 자연친화적 공간 조성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 차원에서 재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