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만큼 돌아오는 소득, 대기업 부럽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갈 때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바다에서 길을 찾은 청년이 있다. 어선어업계의 막둥이 김동희(27)씨다.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 출신 김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24살 때부터 어선어업에 뛰어든 4년차 선장이다. 거시기호(1.2t), 동희호(1.4t), 진성호 2척(각 1t·0.5t) 등 배 4척을 운영하며 전통방식인 이강망(썰물 때 설치해 밀물 때 들어온 고기를 가둬두는 그물)과 정치망(얕은 바다 밑에 고정해 물고기를 유도하는 긴 깔때기 모양 그물) 조업을 한다.

주로 잡고 있는 어종은 실뱀장어·낙지·주꾸미 등으로, 연평균 순소득 1억원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신안 해양과학고등학교와 국립한국농수산대학(전주) 수산양식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2013년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돼 어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년 뒤인 2014년 첫배인 0.5t 규모 진성호를 마련했다. 주낙으로 낙지·주꾸미 등을 잡아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이었다.

평생 바다에서 산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 김성갑(67)씨도 현재까지 배를 몰고 있고 어머니 정금숙(63)씨도 장흥 바닷가마을 출신이다.

바다를 놀이터 삼아 자란 김씨에게도 뱃일은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에게 그물 묵는 법 등 기초는 배웠지만 실제 그물을 치고 끌어올리는 일은 엄청난 체력과 기술이 필요했다.

김씨는 손바닥 굳은살을 보여주며 “처음에는 그물이 올라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낙지를 놓치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다”며 “음식도 준비할 줄 몰라서 굶고 일하다가 힘이 빠져서 그물을 못 끌어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낙지잡이는 외로움과 싸우는 일이라고 한다. 야행성인 낙지를 잡기 위해 해 질 녘 혼자 배에 올라 뜨는 해를 보며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 일이 적응되고 나자 수익이 생겼다. 2015년 7000만원, 2016년은 1억3000만원이다. 1일 3∼5만원에 달하는 선박 연료비용을 제외하면 모두 순소득이다.

지난해에는 안전과 함께 소득을 더 올려보자는 생각에 약 1억원을 들여 자신의 이름을 딴 동희호를 구입했다. 장어 양식용 실뱀장어잡이 안강망 어선이다.

“신안 바다에서는 배가 뒤집혀 매년 1∼2명씩 실종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 고기가 잘 잡히니 사람들이 욕심을 내요. 저는 절대 바람이 불면 바다에 나가지 않아요. 동희호는 최신식이라 파도에 흔들리는 정도가 덜 해요. 벌이가 좋다는 소리에 최근 30∼40대 젊은 귀어인들이 많은데 꼭 안전에 투자하시면 좋겠어요.”

동희씨 부모는 직접 잡은 물고기를 재료로 하는 거시기횟집을 운영 중이다.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고 잡은 고기가 많으면 ‘무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아들까지 고기잡이에 가세해 인심이 더 후해졌다. 거시기횟집은 ‘숭어 무한리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동희씨는 가장 보람찬 일로 식당 리모델링을 꼽았다. 인테리어, 조명, 최신 에어컨 설치를 비롯해 어머니가 일하던 주방을 두 배 가량 넓혔다. 비좁은 곳에서 고생하던 어머니는 아들 덕에 허리펴고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동희씨는 활기찬 마을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36회 농어촌 청소년대상에 선정되며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상한 그는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를 주변에 전파하고 있다. 마을 어촌계원들과 바다쓰레기 수거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어른들이 점점 노쇠하시고 물고기도 예전이 비해 덜 잡힌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어장을 보호해 물고기가 많이 잡히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오겠죠. 개인적으로는 더 큰 안강망 배를 구입하고 싶어요. 언젠가 양식업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