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부피를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학습능력도 높이는 유전자의 존재를 국내 연구진들이 밝혀냈다.

2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과 이화여대의 류인균 석좌교수·김지은 교수팀은 최근 뇌의 비신경세포 유전자가 언어 학습 능력에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규명했다.

이창준 박사팀은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하나인 별세포(Astrocyte)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별세포는 뇌와 척수에 있는 비신경세포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별 모양의 세포다. 신경세포의 이온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식세포작용 등 다양한 역할을 수생한다.

별세포 중 간혹 선택적으로 만들어지는 ‘아쿠아포린4’(Aquaporin4) 유전자가 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뇌 부피와 학습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의 기능을 망가뜨린 돌연변이 쥐로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돌연변이 쥐는 일반 쥐와 달리 외부 자극을 받아도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부피가 커지지 않았다.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도 다른 쥐보다 낮았다. 아쿠아포린4 유전자가 뇌 크기 변화를 조정하고 뇌기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창준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뇌가 일반인보다 15% 크다는 이야기나 런던 택시 기사의 해마가 유독 크다는 보고 등 뇌 크기와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는 꾸준히 연구가 이뤄져왔다”며 “이번 연구로 뇌 부피 증가와 학습능력 향상에 동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류인균·김지은 이화여대 교수팀은 사람에서도 이 유전자의 기능이 유사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아쿠아포린4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하는 사람들을 찾아냈다.

단백질을 많이 만드는 사람 14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백질을 많이 만드는 14명이 언어학습과 관련된 뇌 부위(왼쪽 하후측 측두피질)의 부피가 5% 정도 더 컸으며, 영어단어 암기 능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은 교수는 “뇌의 별세포가 고등인지 기능인 언어학습에 관여하는 것을 최초로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기억 관련 질환에 이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뇌과학원천사업, 리더연구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27일자에 실렸다.

/박기웅기자 pboxe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