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 국도를 타고 가우도 출렁다리를 막 지나다보면 저두리 하저어촌체험마을(이하 하저마을)이 있다. 강진만 동쪽 해안의 풍광도 풍광이려니와 바닷가 마을과 구릉, 해변을 지나가는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옹기종기 모인 마을과 드넓은 갯벌에서는 진한 삶의 체취도 묻어난다. 당신이 그리던 마음 속 고향을 옮겨 심은 듯 따스함이 베인 그곳은 여름의 정취와 함께 고즈넉한 옛 포구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하저마을은 강진 바지락의 주산지로, 도로변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평온 그 자체. 바다 한가운데에 출렁다리로 연결된 가우도가 떠 있고, 바다 건너편에는 만덕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석문산, 주작산, 덕룡산, 달마산을 거쳐 다도해로 이어진다.

마을 뒤편으로 저두산의 사계가 마을을 감싸 안고, 마을 앞으로는 소박한 바다와 마주한다. 국도를 사이에 두고 위아래로 나뉜 마을은 정갈한 한옥들 사이로 새로 지은 이층집들이 오순도순 평화롭다.

고즈넉한 마을의 풍경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놓기 충분한 공간이다. 고깃배가 드나들며 아버지를 싣고 갔다 돌아오는 그리움의 공간. 그 아버지를 기다리며 걱정과 근심을 가진 어머니의 묵묵한 삶이 대변되는 공간. 그 공간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을 치유해주듯 물처럼 맑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쉰다.

45ha의 갯벌에서 바지락, 꼬막, 낙지를 잡고, 독살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장화, 바구니, 호미는 체험 비용을 내면 마을에서 빌려준다. 독살은 밀물과 함께 바닷가로 밀려온 물고기가 썰물이 되면 자연스레 돌담 가운데 갇히게 되고, 독 안에 갇힌 고기를 건져 올리는 전통어법이다. 독살체험과 함께 대나무낚시체험도 즐길 수 있다.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한낮에 바지락을 캐고 있는 도시민도 만났다. 박현숙(여·50·광주시 북구 운암동)씨는 10년째 이곳을 찾아 바지락을 캐고 있다. 저녁에 동료들과 바지락 국을 먹기 위해 왔다는 박씨는 “하저마을 바지락은 크기도 크고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라며 “손만 넣으면 잡히니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바구니를 채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명소는 갯벌에 놓인 긴 목책로.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 진입로가 되고, 물이 들어왔을 때는 수상 산책로가 된다.

갯벌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일몰도 잊지 못할 풍광이다. 바닷물이 밀려나가면서 갯벌의 웅덩이마다 반짝반짝 보석이 담기는데 온 몸을 휘감는 황금빛의 아름다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낙조풍경도 풍경이지만 정작 찾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 것은 ‘주민들의 삶 그 자체’였다.

사실 이 마을은 경작 면적이 적고 바다에서 얻는 소득이 넉넉하지 못해 예부터 못사는 동네라는 설움을 겪었다. 작은 고깃배를 띄워 잡는 어류와 갯벌에서 캔 조개를 이웃마을에서 쌀이나 보리로 바꿔 생계를 이어갈 만큼 척박했다. 지금도 동네 아낙들은 농번기가 되면 해남·완도·영암 등에 나가 마늘·양파를 수확해주고 품을 받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마을 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수장교 연장, 독살체험장 인공 풀 조성 사업이 국비지원 사업에 선정되고도 3년이 넘도록 미뤄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했다.

옆집에 마실 온 것처럼 쉬었다가 머물다가 한 계절을 날 수 있는 한적한 마을을 찾는다면 하저마을을 추천한다.

숙박시설은 마을회관 1km 반경 내에 펜션, 민박 등 모두 6곳이 있다. 특히 마을 앞 바다펜션은 600평 규모로, 작은방 10개와 2개의 카라반도 소유하고 있다. 문 만 열면 바다를 마주하여 머무는 내내 그림 같은 풍광을 두고 볼 수 있다.

/임수영기자 swim@kwangju.co.kr



* 찾아오시는 길

강진 하저어촌체험마을(전남 강진군 대구면 저두바닷길 19)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IC→남해고속도로→목리 교차로→마량 방면으로 해안선을 따라 직진→약 12.8km 지나 하저어촌체험마을

▶고속버스

서울강남고속터미널→강진버스터미널→마량행 농어촌버스(약 40분 소요)→하저 정류장→도보 1분→하저어촌체험마을

▶열차

목포역→목포버스터미널→강진행 버스→마량행 농어촌버스→대구면 하저어촌체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