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숭어 한 마리가 뛰어오르더니 배 위로 떨어진다. ‘파닥파닥’ 요란히도 몸을 떤다. 촉이 왔다. ‘오늘 풍어구나!’

전남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앞바다에는 둥둥 떠 있는 뭔가가 있다. 북극 에스키모의 집 ‘이글루’를 닮은 이것은 바로 ‘해상 펜션’이다.

마을 어귀 선착장에서 어촌계장이 운항하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1분가량이면 도착한다. 바다 위에 떠있는 탓에 자칫 출렁거려 멀미가 나진 않을까 싶었지만 꽤 안정적이다. 펜션의 품은 넓었다. 복층구조로 10여 명도 거뜬히 묵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2명이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모두 6채다.

서중마을 앞바다는 강진만 중심부에 있고, 워낙 깨끗해 오래전부터 수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감성돔과 숭어, 도다리, 볼락, 갯장어. ‘손맛’을 보려는 강태공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낚싯대를 물에 담그니 금세 입질이 온다. 역시 월척이다. 숭어 몇 마리와 살 오른 감성돔을 낚았다. 갓 잡아 회를 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맛은 다들 상상이 갈 터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자취를 감춘다. 바다 한가운데서 보는 낙조가 매력적이고, 이른 아침 뿌옇게 올라온 해무도 제법 운치 있다.

낚시에 실패했다고 해서 끼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전화 한 통화면 선장(어촌계장)이 마을 인근 ‘마량항수산타운’에서 싱싱한 횟감을 사다주기도 하고, 직접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먹을거리를 사올 수도 있다. 바비큐 파티도 선상 위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즐길 거리는 해상 펜션만이 아니다. 마을 지척에 유명한 가우도 출렁다리와 고려청자박물관, 마량항이 있다. 또 서중마을은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가 ‘우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했을 만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약 42만 평(40ha)에 달하는 너른 갯벌에서는 사시사철 바지락 캐기 체험이 가능하다. 여벌의 옷과 햇볕을 가려줄 모자, 장화 등만 챙겨오면 온 가족이 마음껏 바지락도 캐 볼 수 있다. 또 갯벌로 들어가는 입구에 깔린 도로는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양 옆에 쌓아둔 어초가 훤히 드러나며 ‘굴 체험장’이 나타난다. 어초마다 자연산 석화(굴)가 ‘더덕더덕’ 붙어 있어 신선한 석화도 직접 채취해 맛볼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3일 전 미리 예약을 해두면 낙지통발을 거둬들이는 체험도 사계절 내내 가능하다. 밤에는 횃불을 들고 다니며 손으로 낙지를 잡는 체험도 가능하다.

서중마을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그동안 사라져 볼 수 없었던 전통방식을 되살린 ‘김 건조 체험’(11월∼3월)이다. 물김을 김발 위 나무성형 틀에 부은 뒤에 볏짚으로 엮은 건조장에 붙여 말리면 ‘수제 김’이 완성된다.

마을주민들도 대대로 염산처리 하지 않고 지주식 방식으로 친환경 김 양식을 해왔고, 그 맛과 향도 일품이다. 만든 김은 나중에 택배로도 받아볼 수 있다.

올해 8월 5일에는 ‘개막이 축제’가 예정돼 있다. ‘개막이’는 갯벌에 박아둔 말뚝을 따라 그물을 두르고, 물고기를 잡는 방식을 말한다. 밀물 때 들어왔던 물고기가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 손으로 잡아 올리면 된다.

어른에게는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이곳은 서중마을이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강진 서중어촌체험마을 (전남 강진군 대구면 까막섬로 75-7)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IC→남해고속도로→목리 교차로→마량 방면으로 해안선을 따라 직진→약 22㎞ 지나 서중어촌체험마을

▶고속버스

서울강남고속터미널→강진버스터미널→마량행 버스(약 60분 소요)→마량 정류장→도보 12분→서중어촌체험마을

▶열차

목포역→목포버스터미널→강진행 버스→마량행 버스→대구면 서중어촌체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