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주는 오늘의 전라도를 있게 한 역사적인 고을이다. 주지하고 있듯이, 전라도는 고려 현종9년(1018년) 전주 일원의 강남도(江南道)와 나주 일원의 해양도(海陽道)를 통합하여 만든 행정구역으로 정도(定道) 1000년을 앞두고 있다.

삼한시대에는 마한 54개의 소국 가운데 나주에는 임소반국(臨素半國), 신운신국(臣雲新國), 불미지국(不彌支國)이 위치하였다고 전해진다. 백제시대에는 발라군(發羅郡), 반나부리현(半奈夫里縣), 미동부리현(未冬夫里縣) 등 3개의 군현이 설치되었다. 신라 통일 후 발라군은 통의군을 거쳐 금성군, 반나부리현은 반남현, 미동부리현은 현웅현(남평지역)으로 개칭하였다. 940년 금성군이 나주군으로 개칭되었고 983년 전국에 12목을 설치할 때 나주목으로 승격되어 계수관을 두었다. 이후 조선 말까지 줄곧 전라도 남부의 수부(首府)로서의 역할을 해오다가 1986년 광주에 전남관찰부(도청)를 개설하면서 천년 동안 누려온 빛나는 영광을 잃게 되었다.

영산강은 담양의 용추봉의 가마골에서 발원하여 담양·장성·광주·나주·화순·영암·무안·목포 등 무려 8개 시·군에 걸쳐 비옥한 곡창 호남 서남부의 평야지대를 유역으로 하여 흐르는 젖줄이 되고 있다. 나주는 영산강의 중심부로 너른 유역권의 문화가 모여들어 꽃을 활짝 피운 보배롭고 축복받은 땅이라 할 수 있다. 영산강의 명칭은 중류에 위치한 나주와 영산포에 의해 변천이 좌우되었다. 나주는 통일신라시대에는 금성군(錦城郡)으로 불리어서 영산강을 ‘금천(錦川)’, ‘금강(錦江)’이라 했고 나루터는 금강진(錦江津)이라 했다. 고려 말기에는 창궐하는 왜구 침략의 대응책의 일환으로 나온 공도(空島)정책에 따라 흑산도에 딸린 영산도(永山島) 사람들을 나주 남쪽의 강변으로 이주시켰는데 그곳을 영산포(榮山浦)로 부르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 영산포가 크게 번창하자 강 이름도 ‘영산강’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천의 유역에는 영산강문화라 불러도 좋을 육자배기, 나주들노래 등 유장하고 질펀한 남도소리와 벼농사지역 특유의 주민협동과 단결을 도모하는 줄다리기, 고싸움 등의 민속놀이와 같은 다양한 호남의 농경문화가 생성 발전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후기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업의 비중이 급격히 축소되고 농촌인구의 격감으로 화려했던 영산강의 농경문화가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영산강은 호남인의 정신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구심체로서 권역의 문화를 한데 아우르는 문화권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활동과 현재에도 진행 중인 문화현상의 계승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거시적 관점에서 모색되어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명실상부한 전남의 중심부 나주로 도청이 이전되었다면, 광주전남의 균질적 상생발전의 촉진은 물론이려니와 광주의 거대도시로의 성장에 획기적 기여를 하였을 것인바, 다수의 뜻있는 지역민들에게 두고두고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