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석(77) 할머니는 ‘언젠가 좋은 날이 오더라’는 책에서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인생을 솔직하게 써냈다. 큰아버지 댁에서 자란 얘기, 초등학교 졸업 무렵 6·25 전쟁이 나 중학교 대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열일곱 살에 천석꾼 부잣집, 구례로 시집간 내용,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에 밤낮으로 농사도 지어가면서 살다가도 여섯살 딸이 아플 때만큼 힘들었던 때가 없었다는 고백에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이야기가 담겼고 그 시절 아버지·어머니의 이야기가 읽혀졌다.

고씨는 글 마지막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열심히 살다보면 다 해결이 되는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항상 건강 조심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고씨 뿐 아니다. 순천시가 출간한 ‘굽이굽이 고개 넘어 만난 행복’에 담긴 70명 어르신들의 살아온 인생 순간순간은 교훈을 주는 하나의 역사였다.

‘굽이굽이…2’는 순천시가 오·벽지 마을에서 일생을 지낸 어르신들의 삶의 애환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지난 2015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뒤 올해로 두번째다.

순천시는 격변기를 살아오며 체득한 어르신들의 지혜를 후손에게 전달하는매개체 역할을 하고 참가 노인들에게도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아 엮어냈다. 올해는 오·벽지 뿐 아니라 동 지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막노동해서 산 집’, ‘연금 통장을 받아들고 엉엉 울었던 기억’, ‘감나무에 달린 남편 사랑’, ‘나는 평생을 바다 사나이로 살았다’ 등은 보릿고개, 6·25전쟁, 군사독재, 산업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웃음과 눈물로 보낸 70∼80년 인생이 담겨있다. 힘겨웠지만 ‘고통’이 아닌, 그 시절들을 겪으면서 단단해지고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힘이 됐다는 회고를 엿볼 수 있다.

조충훈 순천시장도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부모님을 생각나게 한다”고 했다.

순천시는 최근 ‘이름 없는 개인의 일생도 역사’라는 취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전국 지자체에 발송, 인생 행복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