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나눔·배려·기부의 유전자를 온 동네에 담으려고 한다. 배려할 줄 아는 인재를 찾아내 알리는가 하면, 지역 전체가 가족이라는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데 열심이다. 순천 얘기다.

◇나누고=순천 시민들 4847명은 나눔 계좌를 1구좌씩 개설했다. 순천시가 지난 3월부터 추진한 ‘착한 시민 캠페인’에 동참한 시민들로, 순천시는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협약을 맺고 시민 1인당 1나눔 계좌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이 한 명당 3000원의 소액 정기기부에 참여한 돈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웃을 돕자는 게 캠페인 취지다. 애초 순천시민의 3.5% 수준인 1만명을 목표로 했는데, 7월 말로 4847명에 달했다.

◇기부하고=지난달 말까지 ‘장기 및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순천 시민이 1만6000명을 넘어섰다. 돈과 시간 이상의 ‘생명’을 나누려는 ‘나눔’에 동참한 시민들이다.

순천시가 지난 3월부터 펼치고 있는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 희망등록 서약 릴레이 캠페인’이 한몫을 하면서 참여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시는 2009년 ‘장기 및 인체조직 등 기증 장려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하며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기증 서약서를 받는 곳도 주민센터, 보건지소 등 100곳이 훨씬 넘는다.

대학생 22명은 지난 4월부터 ‘장기기증 생명 나눔 대학생 서포터즈’를 구성, 온라인과 현장 캠페인을 벌이며 뜻있는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퍼트리고=순천은 착한 시민들을 찾아내 ‘나눔 바이러스’를 온 동네에 퍼트리는데도 적극적이다. 나눔이 또 다른 나눔과 배려로 이어진다는 믿음에서다.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남을 돕는 활동을 펼치는 착한 시민을 찾아내 소개하고 격려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행복나눔 천사’ 캠페인이다. 지난 2월부터 찾아나서 7명의 천사들 얘기가 알려졌다.

‘돕는 건 가진 게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폐지를 모아 4년 이상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후원금을 내온 신근주(64)씨, 1999년부터 18년 이상 성가롤로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는 최영애(61)씨, 장애를 가진 친구의 휠체어를 밀며 2년간 등·하교 말벗이 된 양유빈(12·대석초 6년) 학생, 4년 넘게 노인시설을 찾아 목욕 봉사를 해온 환경미화원 정정현(53)씨, 아동보육시설을 찾아 미술 재능 봉사를 펼치며 아이들의 꿈을 키워준 미술강사 강남희(40)씨, 1981년부터 36년간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무료 치과 검진을 해온 박관수(63)씨, 20년 넘게 교통봉사와 집을 나와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격려해온 이형화(62)씨 등의 사연도 이렇게 알려졌다.

순천시는 지역공동체를 챙기는 ‘순천의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소개할 예정이다.

◇도울수 있다는 마음을 갖도록=순천시는 나눔과 기부의 마음가짐을 확산하는데 걷기 캠페인을 활용했다. ‘건강동행 프로젝트’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100m 걸었을 때 1원이 적립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걷기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고 기부도 하자는 게 프로그램 의도다. 마련한 기부금은 근육병 환자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다만, 입금 절차와 부담스러워할 듯한 의견 등을 감안, 치과의사 이용승씨가 좋은 취지에 동참하며 선뜻 기탁한 1000만원을 활용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건강도 챙기면서 직접 돈을 내지 않지만 많이 걸을수록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셈이다.

지난달 10일 끝난 ‘600만원 모으기 캠페인’에는 5800명이 참여, 60만㎞를 걸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순천시는 모금액 600만원을 지역 근육병증 환자 6명에게 100만원씩 의료비로 전달했다. 지난달 21일부터는 400만원을 모으는 2차 캠페인이 진행중이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순천형 나눔과 배려’가 28만 시민들 사이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