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포용적 금융’으로 금융 개혁을
2017년 08월 15일(화) 00:00 가가
2017년 상반기 은행산업의 영업 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이 8조 원을 넘고 있다. 금융산업이 이렇게 막대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외환 위기 이후 금융 정책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모피아(옛 재무부 관리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들은 금융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형화가 필요하다면서 은행 간 합병으로 금융산업 독과점 체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금융산업의 수익성은 올라갔지만,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강화되거나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금융회사는 대형화되었지만 국제 금융시장에 진출해 경쟁하기보다 국내 금융시장의 독과점 체제에 안주해 전당포식 담보대출로 손쉽게 고수익을 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BIS비율 등 재무건전성이 강조되면서 은행들은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보다 리스크가 낮은 소매금융에 집중하였고,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가계부채가 14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해 소비 침체와 부채 위기 가능성 등도 심화되었다.
금융 정책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서 금융의 공공성은 크게 약화되었다. 외환 위기 전만 해도 은행은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회사는 수수료와 금리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되는 고객을 암암리에 밀어내는 경영 전략도 거리낌없이 실행한다.
수익성 추구 은행도 사람 차별
영세 자영업자, 창업자, 청년,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는 돈이 절실히 필요해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돈이 없는 사람은 창업이나 사업 확장의 기회가 적고, 고금리 대부업체의 약탈적 금융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에 반해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 공무원, 공기업·대기업 직원 등 안정적 직업을 가진 고소득층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기 쉽다. 좋은 직장과 자산 보유 계층에겐 대출 기회가 활짝 열려 있고, 그렇지 못한 저소득 계층에게는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금융 배제’(financial exclusion) 현상이 심화되고, 금융 격차가 부동산 투기와 결합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금융산업의 독과점체제는 산업 발전도 저해하고 있다. 제도 금융권은 담보 중심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에 굳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기술평가 능력을 키우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담보 없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금융 정책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신용과 담보 능력 격차는 개인의 책임이고 그에 따른 금융 격차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금융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모피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고수익 독과점 금융산업 체제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금융 감독을 하던 고위 공무원은 퇴임 후 관련 협회, 연구기관, 대학에서 몇 년간의 신분 세탁을 거친 후 금융회사 고위 임원으로 다시 취임하여 상위 0.1%의 상류사회에 진입하는 정형화된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시키는 ‘금융 격차’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 배제, 금융 격차 문제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2010년 부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포용적 금융’(inclusive finance)에 대한 세계은행 팀의 주제 발표가 있었고, 2012년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 실현 방안을 의제로 논의하였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금융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규 진입 정책을 통해 금융산업 독과점 폐해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의 저축은행과 같은 지방 금융기관을 많이 육성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밀착된 관계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저신용 서민들이 겪는 금융 격차를 완화하려면 각종 금융 협동조합의 시장 진입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 거버넌스 구조 또한 개혁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이 국민연금 가입자 손실을 초래한 잘못된 결정이라면 일제히 찬성 의견을 낸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고객에게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특검과 법원이 국민연금 관계자를 단죄했는데 반해, 금융감독기구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금융감독 장치가 그만큼 비정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이해 상충 문제로 원래 분리되어 있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업무를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원회로 통합한 것은 감독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악화시킨 잘못된 정책이므로 개혁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금융 배제’를 일삼는 금융회사와 ‘금융 포용’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를 구분해 정책적으로 차별 대응하는 인센티브 체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 정책이 금융 격차를 완화하고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모피아(옛 재무부 관리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들은 금융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형화가 필요하다면서 은행 간 합병으로 금융산업 독과점 체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금융산업의 수익성은 올라갔지만,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강화되거나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금융 정책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서 금융의 공공성은 크게 약화되었다. 외환 위기 전만 해도 은행은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회사는 수수료와 금리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되는 고객을 암암리에 밀어내는 경영 전략도 거리낌없이 실행한다.
영세 자영업자, 창업자, 청년,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는 돈이 절실히 필요해도 담보가 없으면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돈이 없는 사람은 창업이나 사업 확장의 기회가 적고, 고금리 대부업체의 약탈적 금융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금융산업의 독과점체제는 산업 발전도 저해하고 있다. 제도 금융권은 담보 중심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에 굳이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기술평가 능력을 키우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담보 없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금융 정책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신용과 담보 능력 격차는 개인의 책임이고 그에 따른 금융 격차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금융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모피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고수익 독과점 금융산업 체제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금융 감독을 하던 고위 공무원은 퇴임 후 관련 협회, 연구기관, 대학에서 몇 년간의 신분 세탁을 거친 후 금융회사 고위 임원으로 다시 취임하여 상위 0.1%의 상류사회에 진입하는 정형화된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시키는 ‘금융 격차’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 배제, 금융 격차 문제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2010년 부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포용적 금융’(inclusive finance)에 대한 세계은행 팀의 주제 발표가 있었고, 2012년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 실현 방안을 의제로 논의하였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금융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규 진입 정책을 통해 금융산업 독과점 폐해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의 저축은행과 같은 지방 금융기관을 많이 육성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밀착된 관계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저신용 서민들이 겪는 금융 격차를 완화하려면 각종 금융 협동조합의 시장 진입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 거버넌스 구조 또한 개혁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이 국민연금 가입자 손실을 초래한 잘못된 결정이라면 일제히 찬성 의견을 낸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고객에게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특검과 법원이 국민연금 관계자를 단죄했는데 반해, 금융감독기구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금융감독 장치가 그만큼 비정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이해 상충 문제로 원래 분리되어 있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업무를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원회로 통합한 것은 감독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악화시킨 잘못된 정책이므로 개혁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금융 배제’를 일삼는 금융회사와 ‘금융 포용’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를 구분해 정책적으로 차별 대응하는 인센티브 체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 정책이 금융 격차를 완화하고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